코로나19가 쓰나미로 다가와 개인은 물론, 사회 나라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나 역시 달포를 밖에 한 번도 못 나가 목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껏해야 배가 아파 동네 병원을 전전하고 막내네와 점심 한번 했을 뿐이다. 이렇듯 코로나는 유령같고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매스컴에서는 박사방과 조주진, 총선 등 모든 뉴스를 앞에 두고 늘 코로나로 시작하여 코로나로 매듭을 짓는다. 그만큼 무서운 악마이다.
바람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았다. 바람은 1. 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이나 기계에 의하여 일어나는 공기의 움직임. 2. 공이나 튜브 따위와 같이 속이 빈 곳에 넣는 공기. [의존명사] 3. 무슨 일에 더불어 일어나는 기세 [유의어] 기운3, 야망, 유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1번이나 2번보다는 3번에 더 많이 쓰인다. 가령 봄바람, 춤바람, 치맛바람 등 유행에 빗대어 많이들 쓰인다. 사물놀이중의 악기인 징도 바람을 나타낸다. 어디 그뿐인가? 한다. 유행가 가사 중에 바람에 관한 노래도 무척이나 많다.
바람에 관하여 속담도 참 많다. 바람에 견디는 나무는 뿌리가 튼튼하다. 바람도 지난 바람이 낫다. 바람이 불면 나무뿌리는 깊어진다. 어느 바람이 들이불까 한다. 바람과 그림자를 잡으려고 한다, 가을바람이 귓전을 스쳐 가듯 한다. 못된 바람은 수구문으로 들어온다. 가을바람에 새털.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바람 부는 날에 가루 팔러 가듯. 바람 앞에 등불. 바람 잘 날 없다. 밀가루 장사하면 바람 불고 소금 장사하면 비가 온다. 구름은 바람 따라 모이고 바람 따라 흩어진다. 바람도 올 바람이 낫다. 빈틈에 바람난다. 바람에 날려 왔나, 구름에 싸여 왔나.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간다. 바람앞에 티끌이다. 바람은 바위를 흔들지 못한다. 이월 바람에 검은 쇠뿔이 오그러진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도 답답하여 처에게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했다. 공원에 가면 볕이라도 쐴까 하여 그랬던 것인데 처는 여러 사람에게 부탁을 했나 보다. 일요일 낮에 막내네가 온다고 했단다. 처는 TV 보면서 그곳에 나오는 것 다 먹고 싶어 하고 가고 싶어 한다. 며칠 전 곤지암에 있는 배연정 소머리국밥을 본 모양이다. 수 일전부터 나를 조른다. 차도 없는 나를 조르면 뾰족한 수가 있을까? 처가 가자는 데로 40분을 타고 그 곳을 찾았으나 TV에서 보는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고 한다. 여기는 본가이고 배연정씨는 처남댁이라는데 분점을 내서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 코로나19인지 테이블에 사람은 별로 없다. 다른 테이블에서도 우리와 같은 지방에서 올라온 듯 배연정씨를 찾나보다. 소주 한 병에 국밥 네 그릇을 시켰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싸인이 보기 좋아 맛이 틀림없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거기까지였다. 아무런 맛도 없고 무미건조하다. 일반 곰탕집에서 사 먹는 것은 몰론 처가 끓여준 것에 비해 정말 맛이 없어 괜히 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모친 생각이 났다. 그때의 모친이 만들어 주는 음식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처는 실망스럽다며 큰 소리로 떠든다. 난 이것도 음식이라고 파나 하는 생각에 이곳에 온 보람을 개나리와 진달래에 파묻히고 싶었다. 여기서 화담숲은 10분 거리라고 한다. 우리는 그 곳으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코로나19 때문인지 모든 이에게 열감지기를 들이댄다. 산기슭에 자리 잡은 화담숲은 내가 그리도 가고파 노래불렀던 곳인가 싶게 도착하자마자 급실망으로 변했다. 아직 꽃이 피기 전이기도 하거니와 휠체어로 올라가기엔 너무 가파르다. 설사 동생이 밀고 올라간다 해도 몇 발짝 못 가리라 해서 산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내려와야 했다.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처는 그렇게 노래 부르더니 봤지? 하면서 놀려댄다. 지금까지 휠체어로 못 다닌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정말 아쉽다. 다시는 화담숲 소리 안 하련다.
이 근방에 도자공원이 있다고 하여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나는 도자기공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일반 공원일 뿐 볼 것이 하나도 없어 세 번째 실망하며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처는 아쉬운지 이번엔 하늘공원에 가자고 한다. 그런데 거기는 주차할 곳이 없어 실망만 앉고 집으로 향했다. 흔히 바람맞았다고 하는데 오늘은 시간과 하루에게 바람맞은 꼴이 되었다. 그래도 계절은 흘러 어느덧 꽃이 만발한 봄이 진달래와 개나리 그리고 목련이 내 코끝으로 바람을 쐬이게 했다. 코로나19도 얼른 바람속으로 날려보내고 싶은데 마음뿐이다.
※ 참고문헌
네이버 네이버인 지식
김도환 (1993) 한국속담활용사전,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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