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사전투표를 하고 나서

역려과객 2020. 4. 12. 17:06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은 확진자가 40만명이 넘고 사마자도 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29명이 발생하고 대구에는 한 명도 없다고 뉴스에서는 크게 보도되고 있다. 의료진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 덕에 조금만 참으면 좀 더 나아질 듯한데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유흥업소에서 여종업원인 확진자가 일을 해서 비상이 걸리고 19일까지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것이 침체되어 있고 코로나19불루라는 새로운 병이 생겼다.

 




 

앞집에 살던 형수님이 손녀 서현이를 데리고 우리집을 찾아왔다. 5년전에 앞집에서 살다가 이사를 갔는데 꼬맹이가 벌써 10살 초등학교 3학년이란다. 형수님은 나와 동갑인데 나보고 형부라고 한다. 이상한 족보라 할까? 처와 무척 가깝게 지냈었다. 우리는 사전투표하러 동사무소로 갔다.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하던 차에 모두들 나온 듯하다. 투표장에서 잘못하여 휠체어가 넘어졌으나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사고 없이 일어났다.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1m 간격으로 섰으나 의외로 사람이 많다.

 




 

전에는 처와 물왕저수지를 자주 갔었는데 처가 힘이 벅차 엄두를 못내다가 형수 덕에 같이 갈 수가 있었다. 벚꽃 구경차 가서 점심 먹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나오지 못하다가 밖을 보니 날아갈 듯 기쁘기 그지없다. 처는 입버릇처럼 나 벚꽃이 지기 전에 한 번 봐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저수지 가는 길은 약 30~40분 걸린다. 가는 길에 온갖 꽃들이 우리를 환영한다. 조팝나무부터 개나리 목련 벚꽃이 손을 흔든다. 이 어여쁜 자연을 못 보고 집에만 있어야 했다니 누구를 탓하리오. 꼬맹이 서현이는 잘도 따라온다. 벚꽂을 향에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우리는 팥죽과 함께 막걸리 한 잔을 했는데 취기가 오른다. 휠체어는 처와 형수님이 번갈아 미니 나는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 물왕리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꽃 구경을 한다.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저수지를 바라보니 마음이 날아갈 듯 기쁘다.

 




 

조금만 나와도 이렇게 좋은데 60대 초중반인데도 나오기가 힘이 드니 운동하기도 좋고 물을 보면 시원해진다. 전에는 자주 왔다. 도시락도 싸 오기도 하고 사람 냄새 자연 냄새에 취해 글도 많이 썼는데 모든 것이 메말라 간다. 그나마 처가 조금이나마 힘이 있을 때 이렇게 오는데 2~3년 지나면 여기도 못 올 것 같다. 그러면 매일을 방구석에만 있어야 할 것 같다. 목발을 짚는 것도 한계가 있고 신체의 결함이 내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처도 한 해 두 해가 다르다. 사람은 세월과 자연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한 발로 화장실 가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균형이 잘 잡히지 않아 넘어지는 횟수가 점점 는다. 이럴진데 3~4년 후 그 이상 나이를 먹으면 어찌할까 생각하니 앞날이 캄캄하다.

 




 

그래도 처는 매우 긍정적이다. 늘 행복하다고 하며 사랑한다며 나를 편하게 하고 아끼며 모든 것을 내게 맞춘다. 언제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처는 늙어감을 아쉬워 한다. 주위 사람이 처를 보고 여러번 놀란다. 정리정돈은 물론 음식까지 모든 면에서 나무랄 것이 없는데 몸이 약한 탓에 추위를 많이 탄다. 비록 가진 것은 없으나 후원과 봉사 정신이 투철하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꽃의 향연에 취해 보기도 하고 자연에 감사함을 새로이 느꼈다. 모처럼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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