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억은 없지만 태어나자마자 내 인생은 병원부터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약하게 태어났다고 한다. 지금 먹는 약도 하루에 30개가 넘는다. 어려서 잘 넘어진다고 하여 동네에서 건달이란 별명을 갖게 되었다. 장애인으로 산 지가 33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가끔이지만 환상통이 오면 잠을 못 잘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 암만 안 걸렸지 거의 모든 병을 다 갖고 있다.
이번 주에도 처와 나는 병원 예약이 많다. 처는 치과, 안과, 정형외과, 내과에 그리고 나는 가정의학과에 예약이 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따른 보조약들도 꽤나 많다. 그리고 웬만한 보험은 받지도 않지만 그래도 한 달에 50여만원씩을 내고 있다. 이런 것들이 비단 우리 가족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인 어제 처갓집을 찾았다. 처제도 우울증이 심한 편인데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내 생일과 처 그리고 처제의 생일이 정월에 있다. 그래서 겸사겸사 합동 생일잔치 하려고 처제가 부른 것이다. 광호는 고급 양주를 사 왔고 길호는 케잌과 함께 장을 보고 해서 상이 차려졌는데 얼음에 탄 양주와 언 문어가 조화를 이룬다. 한 잔을 마시니 취기가 온다. 30분간 누웠다가 일어났다. 그리고 두 잔이나 더 마셨다. 양주 맛이 향도 좋고 깔끔하니 좋다. 그날의 화두는 전한길이라는 한국사 일타강사였다. 동서는 정치권을 꿰뚫어 보고 있다.
부부끼리 짝을 이뤄 윷놀이를 하고 고스톱을 치고 광호가 그의 여친과 함께 빚은 만두를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평소에 만두는 잘 안 먹는데 그날따라 분위기에 취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세 개나 먹었다. 그리고 5시에 집에 와서 휴대폰을 보니 인숙에게서 많은 카톡이 와 있다.
20년전 음악방 채팅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친동생보다 더 가까운 동생이다. 자긍암을 앓았고, 작년엔 신우신염을 앓았었다. 나와 띠동갑인 인숙이는 80이 되신 모친을 간병하며 직장에 다니고 있다. 모친은 한 주에 세 번 투석을 하신다. 그런데 지병을 앓던 오빠가 60도 안 된 나이에 하늘나라에 갔다고 두 조카와 함께 뒷정리를 하고 왔단다. 똑 부러지고 차가운 것 같은데 따뜻하다. 내가 럭비공이라고 불렀었다. 우리 신혼 때 그의 모친이 세종병원에 입원했을 때 찾아간 기억이 있다.
인숙에게 위로의 톡을 보내고 처에게 말을 했더니 10만원이라도 부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부치고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나중에 톡이 왔는데 지금 근무중이라며 전화를 할 수가 없단다. 겁도 없이 우리집에 찾아온 맹랑한 인숙이는부친에게 많은 귀여움을 받았었다. 둘이 맞고를 치고 놀았었다. 뒤늦게 공부를 하여 자격증을 따고 병원에 취직하여 아픈 몸을 이끌고 모친까지 간병을 하니 그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나나 인숙이나 정말 기구한 팔자인가 보다. 처는 조카들을 자식으로 입적하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그건 그들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인숙이 부부와 인천대공원에 가서 구경하고 추어탕 먹은 것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 인숙이 남편도 정말 착한 친구이다.
늙어 갈수록 힘도 들고 마음이 쓸쓸하다 못해 허전하다. 그래서 허전함을 잊으려고 책을 보기로 했다. 작년과 재작년엔 책 한 권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세 권을 읽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정은표, 김하얀 부부가 쓴 완벽한 하루를 꿈꾸는 허술한 우리, 처가 가장 좋아하는 김재원 아나운서가 쓴 엄마의 얼굴이다.
매 끼니때마다 40분씩 두 시간 운동을 꾸준히 하니 내 스스로가 건강해졌음을 느끼게 한다. 나는 어려서 삼국지를 10번 읽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지금껏 9번을 읽었다. 올해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기로 하고 초한지도 한 번 더 읽기로 마음을 먹었다. 병원생활을 하면서 30여년간 평균 사흘에 한 권을 읽었다. 많이 본 셈이다. 가장 먼저 읽은 책이 인간명상록인 것으로 알고 있다. 치매에 걸리지 않게 매일 스도쿠와 마작 그리고 장기를 둔다. 그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처는 엘보우 수술과는 관계를 떠나 3월을 기다리고 있다. 석종이가 결혼한다고 처를 초청했다고 한다. 아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래도 건강이 최우선이다. 보는 사람마다 내가 건강해졌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여기저기 아프고 힘에 부처한다, 그럴 때마다 나 때문인 것 같아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집은 물론 사거리 작은집도, 동서네도 인숙이네도 모두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다.
2025년 2월 2일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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