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뜬구름이 머무는 세상

역려과객 2013. 7. 31. 15:59

 

뜬구름이 머무는 세상
2006.08.07.

 

 

    뜬구름은 늘 흘러간다. 바다에도 가고 산에도 간다. 평화 속에도 들여다 볼 수 있고 장애의 아픔속도 들여다 볼 수 있다. 한 곳에 머무르기도 하고 바람 따라 흘러 가기도 한다.  뜬구름은 내 영원한 동반자이다.

 

  내 대명이 해운대 생각이 드나 보다. 가끔 고향이 부산이냐고 묻는 분이 꽤나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해운이라는 뜬구름을 생각하며 많이들 물어온다. 송광사에서 받은 수계명이다.  120명 법우님 중에 수계를 신청한 분이 20여명 그들 중에 나에게만 설명을 해 주신다.  바다의 뜬구름처럼 세상을 넓게 바라보라면서 절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면서 결혼도 늦게 하라 하신다.
 
  불기 2529년 서기 1984년 7월 법흥스님은 내게 끝없는 물음표인 명제를 던져 주셨다.  뜬구름? 바다의 뜬구름? 뜬구름이란 무엇일까? 정처없이 떠도는 것이 구름인데 어디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끝없는 유랑생활 하는 것이 뜬구름이요 뭉쳐지면 비구름도 되고, 흩어지면 밝은 햇살도 보고, 온 갖 세상을 다 구경한다. 아름다운 것만 보는 것이 아니다. 더럽고 지저분한 것도 보게 된다.

 

  일본의 역사 소설 대망을 보면 절대가치에 대한 명제가 나온다.  절대에 가치는 없다 내가 옳다고  하면  그것이  곧 진리인 것이다   그 책에 의하면 두견이 울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 명제에 대해 오다 노부나까는 두견이 울지 않으면 죽여라 두견은 울지 않으면 그 가치를 상실한 새임으로 차라리 잡아서 구어 먹자는 것이고, 도요도미 히데요시는 두견이 울지 않으면 울도록 하여라 하였고, 도꾸가와 이예야스는 두견이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 라고 하였다. 그러면 나는 어찌 할 것인가? 아니 뜬구름은? 그 곳엔 뚜렷한 답이 없을 것이다 절대가치란 없을 뿐더러 있다 해도 자기 주관일 것이다.

 

  그러면 그 가치는 무엇일까? 욕망을 충족시키는 재화의 중요 정도이다 그 욕망의 충족이 어느 선까지 인줄은 모르겠으나 대상이 정신 행위의 목표로 간주되는 진·선·미가 충족될 때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뜬구름의 가치는 무엇으로 나타낼까 하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

 

  스님은 분명 내게 앞을 세상을 넓게 바라 보라고 하셨다.  내 조급함도 물론 꿰뚫어 보셨고, 내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도 미리 예견 하신 듯 하다. 그리하여 그 수많은 가르침을 조부님께 배우고 실천하고 행동에 옮기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을 것이다. 두견이 울지 않으면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아픔이 지난 자리엔 작은 불씨가 희망이 되는 것이다. 그 희망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이다. 갖은 고통을 다 겪은 지금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은 왜일까?

 

  이제 반 백년을 살았고 장애인으로 살아 온지 어언 15년. 내가 하는 일도 그렇지만 난 한 곳에 머물고 싶지 않다. 장애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마음만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해서 내가 할 수만 있다면 그 가려운 곳을 긁어 주고 싶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이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다. 그것이 곧 뜬구름이 지나갈 자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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