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초심을 버리면

역려과객 2013. 8. 2. 16:04
초심을 버리면
2008.04.19.

 

내가 장애인 단체와 인연을 맺은 것은 50개월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96년 5월부터였다. 장애인인 친구를 따라 찾아간 곳이 장애인 협회였고 그 지부장이 3년 선배라서 같은 동질감을 느꼈다. 시나 후원업체에서 후원을 받아 장애인들에게 쌀과 라면 등을 나누어 주며 여러 일을 한 것이다. 금방 임원도 맡아 일하며 개인적인 공부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하여 보람있게 지냈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장애인을 돕는 것은 형식이었고 임원들의 뱃속 채우기에 바빴다. 세월이 지난 지금 책임자들의 비리를 이제와서  소상하게 밝힐 필요는 없지만 환멸을 느끼고 자영업 한다는 핑계로 일손을 놓고 봉사만 했다. 지금도 약간의 후원만 하고 가끔 인사차 방문한 하곤 한다.

 

  98년 곰두리 차량 봉사대를 조직하였다. 장애인 환자나 독거노인들을 태우고 병원에 가는 것이 주 임무였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차비 한 번 안 받고 인천으로 서울로 수원으로 많이 다녔다. 아마 이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무 것도 모르고 했었으면 좋았을 것인데 아쉽게도 비리가 밝혀진 것은 봉사대 회장이 갑자기 죽고 나서였다. 행정기관에서 돈을 받아 자기들 주머니에 들어간 것이 밝혀졌다. 순수한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 월요일 시흥장복의 복지사들이 용기를 내었다. 수많은 비리를 근절시키고 윗선에게 알려 조사해 줄 것을 수 차례 요구했으나 묵살당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를 폭로했다. 검찰에 밝혀진 것만 2600만원 추징당했다고 한다. 조족지혈에 불과하나 기관장은 비리에 연루된 사무국장 등 임원들은 그냥 있게 하고 대신 폭로한 하급 당직자들은 대기 발령시켰단다.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이란 말인가?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들이 십시일반해서 모아둔 돈을 장애인들에게 쓰여지지 않고 자기들 주머니만 채운 것이다. 나 또한 지난 6월에 제주도 다녀 온 이후로 이 곳을 알게 되었고 취지가 좋아 매달 5만원씩 후원하고 있었는데 이 일이 터지고 후원을 중지하였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후원자들이 전부들 치를 떨고 있었다. 우리 탁구부를 맡고 있는 복지사도 대기발령을 당해 이래저래 입맛이 쓰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기관장부터 복지관 대부분의 직원이 복지사이다. 초심을 버리면 욕심이 생기고 넘치면 탈이 생긴다. 어느 책에서 계영주의 비밀을 읽은 적이 기억이 난다. 7할의 비밀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욕심이 생긴다.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 어느 만큼의 욕심을 가졌을까? 과욕은 없는지.. 참으로 개탄스러운 한 주였다.

 

  정의를 위해서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인줄 알지만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받으며 용기를 낸 그들에게 갈채를 보내며 응원을 보낸다. 최선생님 박선생님 정의는 살아 있습니다. 정의는 반드시 살아 돌아 옵니다. 파이팅입니다. 님들이 계시기에 오늘 시합에 나간 탁구 선수들은 잘 싸우고 돌아 올 것입니다. 부디 용기 잃지 마세요. 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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