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지요? 건강은 어떠신지요? 하늘나라는 평안하신지요? 머지안아 저도 곧 따라 가겠지요. 그러고 보니 두분께 편지를 써 본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제가 두분께 처음으로 쓴 편지가 은혼식때 쓴 글이었지요. 그때 두분의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벌써 아버지 11주기를 맞았네요, 삼형제 부부와 재영이 준호까지 와서 자리를 빛내 주었네요. 제사때면 한번도 빼 먹지 않고 찾아오는 아우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이제 저도 초로의 길로 접어들었나 봅니다. 처와 저는 매주 한 두 번씩 병원 신세를 지고 있지요, 막내가 내년이면 60줄에 들어갑니다. 그동안 장자로서 이룩해 놓은 것이 하나도 없고 약에 의지한 채 점점 약해져 가는 제 모습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도 천사같은 처를 만나 별 탈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처가 차려준 밥상에 아버지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제가 못한 일을 제 처가 다 하고 있습니다. 매달 사거리 작은 어머나께 찾아가 인사를 드리지요. 자기 몸이 아파도 햋볕을 봐야 한다고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공원에 밀고 갑니다.
어머니만은 못하지만 음식도 잘하고 집안도 깨끗하고 나무랄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다른 것은 몰라도 여자복은 있나 봅나다. 만일 어머니께서 보셨다면 아마도 흐뭇해 하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팔불출이지만 제 처는 죽어서도 잊지 못할 사랑스런 여자입니다.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합니다.
오늘도 제수씨들은 어머니를 그리워합니다. 인자하신 모습, 그리고 효심, 거기에 음식 오늘의 화두는 제사음식이었지요. 녹두 부침개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음식이었지요. 어려서는 그 맛을 몰라 그 안에 있는 김치만을 빼먹곤 하였지요, 모든 음식이 다 맛이 있어 동주 아버지, 태경이 아버지, 원용이 아버지께서 안양에 나가 음식 장사를 하라고 하셨지요,
아버지 어머니 저희에게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 하나씩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당신들의 장손자인 재현이가 두 달 후에 장가를 간답니다.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늘나라에서 축하해 주실거지요? 우리 집안에 오랜만에 맞는 새식구라 기대가 됩니다.
안 좋은 소식은 농협조합원에서 곧 탈퇴하게 됩니다. 그동안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아쉽습니다. 부모님께서 평생동안 일구어 놓은 고귀한 땅을 재 대에서 지키지 못하고 팔아 치웠습니다. 그리고 여동생과 다툼이 있어 전화도 끊긴 상태입니다, 부끄럽습니다. 부모님을 만나면 무릎꿇고 사죄드리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나다. 이제와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 안씁니다. 못난 장자의 책임이 더 큽니다. 어머니께서 3년만 아니 1년만 더 사셨어도 이런 아픔은 없었을 것임에도 무조건 제 책임으로 알고 훗날 두 분을 뵙겠습니다.
모처럼 가족이 모여 정겨운 이야기를 하고 맛있게 음식을 먹으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저는 당신들의 자식이라는 것이 한없이 행복합니다만 약으로 버티는 제 삶이 처에게도 동생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희들을 보셨다면 하늘나라에서 힘과 용기를 주세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당신들의 장자 명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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