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처의 칠순과 목포여행

역려과객 2023. 2. 21. 16:44

 

처는 작년 가을부터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 우리가 아프면 어디도 못 간다고 자기 칠순 때 부산이든 울산이든 제주도든 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 여름 생사를 가르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으니 나 역시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큰마음을 먹고 여행을 가자고 하며 처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새해 들어 우리가 광주나 목포 쪽으로는 한 번도 안 가봤으니 목포를 가면 어떻겠냐고 말을 했더니 자기도 안 갔다며 좋아한다. 목포는 우리나라의 3대 항구이며 유달산이 있고, 삼학도가 있으며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상케이블카가 있다는 소식만 있을 뿐 문외한이었다. 그래서 막내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더니 좋아했다. 가기 전에 렌트카를 빌리고 모든 일정을 제수씨에게 맡겼다.

 

 

문제는 나와 처의 건강이었다. 심근경색이 와서 약을 먹고 있는데 지난달까지는 한 달에 두어 번 먹던 비상약을 통증이 심해져 하루에 두세 번 먹게 되었고 처도 이석증이 재발하여 새벽마다 약을 먹어야 한 시간 후에 간신히 일어난다. 심근경색으로 2020년에 몇 시간 동안 시술을 받았는데 그것이 화근이 된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것은 입원으로 그 이후에 가입한 두 곳 보험회사의 세 개의 보험이 발각이 되어 취소가 된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 아무튼 그래도 이번 여행만큼은 아프지 않게 다녀오길 바랄 뿐이었다.

 

 

18일 당일 처는 새벽 두시에 일어나 씻고 모든 것을 정리한 다음 세시에 나를 깨워 씻기고는 마져 자라 한다. 5시에 깨워도 되지 않느냐 볼멘 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550분에 막내와 함께 광명으로 달려갔다. 그들도 목포는 처음이란다. 나는 경비를 대고 막내는 기사가 되어주고 제수씨가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646분에 휠체어를 태운 우리는 역 도우미로 인해 안전하게 출발할 수 있었다.

 

 

가면서 처에게 칠순을 축하하며 목포여행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자고 카톡을 보냈다. 한참 후에 남편님 고맙다고 사랑해요라는 답이 왔고 경주고모와 처제에게서 생일 축하한다고 문자가 왔다고 좋아한다. 광명에서 목포가 더 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부산이 더 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목포역에 내리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렌트카 회사에 가서 쏘나타를 인수받고 일단 목포항으로 갔다. 다행히 비는 안 오지만 비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 그래도 우리는 신이 나서 목포항에 있는 삼학도를 가 보았다. 삼학도의 슬픈 전설이 있었다. 짝사랑하던 무사를 그리다가 상삿병에 걸려 꽃다운 처녀가 유달산 앞바다에 죽어 학이 되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무사가 쏜 화살에 세 마리의 학이 죽어 떨어진 곳이 섬이 솟아났는데 사람들은 그 영혼을 기리기 위해 삼학도라 불렀다고 한다.

 

 

 

크르즈 여행을 두시에 한다고 하여 일단 가까운 곳을 찾으니 우리나라 16대 대통령의 뜻을 기리기 위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바로 옆에 있었다. 김대중대동령은 온갖 고충을 이겨내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용서와 화해로 국정을 이끄신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존경받는 대통령이시다

 

 

전시장에서 많은 사진을 찍고 전시관 밖을 보니 한쪽에는 유달산이 보이고 다른 한쪽에는 난영공원이 가깝게 보인다. 첫 코스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고 곧장 목포에서 유명하다는 한정식인 명인집을 찾았다. 이곳은 제수씨의 친구가 소개해 준 곳인데 분위기부터 달랐다. 제수씨의 친구의 지인께서 특별히 주문해서 우리는 편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을 수가 있었다.

 

 

처음부터 홍어무침이 나왔다. 정말 맛이 있었다. 서빙 하시는 분이 매우 친절하고 깔끔하고 보기도 좋고 맛도 일품이었다. 목포시가 인정하는 향토음식 명인이 직접 요리하는 곳이라 하여 명인집이라 불렀다는데 나오는 음식마다 모두 맛이 있었다. 우리는 나오는 요리마다 시진 찍기에 바빴다.

 

 

 

홍어찜에 굴전에 갈비에 갈치 조림에 모두들 맛있게 먹고 놀라 입으로 칭찬하기에 바빴다. 주로 처와 제수씨와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는 끝도 없다. 맛은 있지만 배가 불러 남길 수밖에 없었다. 술 좋아하는 막내는 맥주 한 잔만 했다. 나는 술 한 잔도 못하고 생일 아니 칠순을 축하하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크르즈는 2월까지 공사중이라 못 타는 것이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목포해상케이블카인데 꼭 타고 싶었다. 가뜩이나 어지러워 애쓰는 처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모두 탄다니까 처도 멀미약이라도 먹고 탄다고 약국을 찾는데 오랫동안 찾아야 했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해상케이불카 매표소에 도착을 했다. 1인당 22000원인데 장애인카드를 보여 주었더니 3명을 혜택을 받아 82000원을 받는다. 10여분을 기다려 케이블카에 올랐다. 북항에서 고하도를 다녀오는데 40분 걸린다고 한다. 무서워 할 줄 알았던 처도 마냥 신난다는 듯 목포의 경치를 보고 놀라워 했고 사진 촬영에 목포 전체를 구경할 수 있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 바다는 한가하고 시내는 옛날 7~80년대의 우리 고장의 모습과 흡사했다. 산 중턱의 판잣집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고하도에서 케이블카에 관한 자료등 많을 것을 보고 다시 북항에 도착하였다. 밖으로 나와 막내를 기다리는데 비를 맞는 휠체를 탄 우리들을 본 어떤 아주머니께서 우산을 씌어주신다. 아무것도 아닌 듯이 지나갈지언정 내 가슴에 고마움이 뭉클하게 전해진다. 오는 길에 처 일행은 수산시장에 들러 이것 저것 등을 사고 목포 시내를 돌아다녔다.

 

갓바위는 어린이용박물관이라 생략하고 연희네수퍼에 갔다. 1987년에 방영하여 대종상까지 받았다고 해서 이곳이 목포의 명승지가 되었다고 한다. 막상 가 보니 옛날식 수퍼에 불과했고 언덕이 높아 가지 못하고 인근 카페에 가서 차 한잔을 하며 보냈다. 크르즈를 타고 유람하면 얼마나 좋을까? 배부른 소리 같지만 아쉬움만 든다, 카폐 주인에게 갈 볼만한 곳을 물어보니 근대사박물관과 우리나라 5대 명과인 코롬빵집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가 보았더니 근대사박물관은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포기를 했고, 크롬빵집에 갔으나 주차할 곳이 없어 되돌아 나와야 했다.

 

 

아점을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배는 덜 고팠지만 그래도 저녁을 먹어야겠기에 제수씨 친구의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는 선경준치홧집에 가니 줄이 서 있다. 한참을 기다려 우리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주인 아들로 보이는 젊은이가 서빙을 하는데 표정이 밝지 않고 무뚝뚝하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준치가 고급 생선일 것이다. 나는 준치회무침을, 막내내외는 병어찜을, 처는 갈치구이를 시켰다. 소문난 집이라 그런지 맛이 있어 다 먹었다. 처가 계산을 하며 누구네 집 아니냐고 물어보았나 보다. 주인이 찾아와 인사를 한다. 맛있게 먹고 밖을 나오니 줄이 꽤 길게 서 있다. 목포에서 알아주는 집이 분명했다. 이 사람들을 다 맞이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하니 젊은이의 마음도 조금 이해가 된다.

 

 

시간이 남아 테라스를 설치한 목포 앞바다를 거닐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목포가 남해인지 서해인지 알 수가 없다. 막내는 남해라 하니 그리 믿고 해변을 중심으로 야경을 바라보았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아직도 운행을 하고 테라스의 오색불빛이 화려하게 빛나지만 여전히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다행히 큰 비가 아니라 안심이 되었다.

 

 

시간이 남아 커피숍에 들어가 차 한잔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가족 이야기와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크르즈 여행을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목포역에 도착하여 랜트를 반납하고 막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목포든 광명이든 역무원들의 친절함이 우리를 편하게 대해 주시니 그져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12시에 도착하여 집에 오니 새벽 1시 반이 되었다. 처의 칠순 부족하지만 내 나름대로 처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본다. 비록 잔치는 못해 주었지만 우리의 건강을 생각할 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처도 기쁘고 즐거웠다고 행복해한다. 다만 한가지가 부족했다. 평소에도 해 주었던 그 흔한 케잌을 자르지 못해 주었다는 죄책감이 들었을 뿐이다.

 

 

 

여보 도씨 할매 나와 살아 주어서 고마워 그리고 고희 축하하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