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처 내시경 검사와 작은어머니 생신

역려과객 2023. 3. 4. 16:31

 

우리집에서도 봄을 느끼게 하는 일이 생겼다. 거실에 있는 화초 중 하나인 크레톤이 꽃을 피웠다. 아파트로 이사를 온 지 17년이 되었고 크레톤을 심은 지 10여년 만에 꽃을 보게 되어 처에게 말을 안 했지만 매우 기뻤다. 그만큼 처의 노력의 대가이리라.봄은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다. 3년 전까지는 매주 처가 휠체어를 끌고 물왕저수지에 갔었다. 저수지를 바라보며 시조를 읊조리고 커피를 마시고 몇 장 사진을 찍곤 했었다. 그러던 우리가 작년부터는 그곳을 가지 못하고 동네 공원을 몇 바뀌 돌고 오더니 올해는 그나마도 병원을 갈 때 이외는 나가지 못하고 있다.

 

처가 힘이 부쳐서이기도 하지만 화장실 문제로 멀리 나가지 못한다. 나도 나지만 처의 병이 갈수록 심해진다. 지난달에는 이석증이 심해 고생을 했다.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치과 등 병원 순례를 하더니 뒤처리가 힘들어 갖은 고생을 한다. 나도 하루에 매일 한 시간 반 이상 운동하고 처 역시 운동을 많이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난주에 안양에 있는 연세신통외과에 접수를 했다.

 

지난 2일 그제 저녁에 내시경을 하기 위해서 약물을 먹었더니 처가 지쳐 보이고 힘들어한다. 다른 때 어디를 나간다고 하면 잠을 안 자던 처는 어제 새벽에는 일어나지 못한다. 내가 450분에 깨웠더니 5시부터 약물을 먹고는 그젯밤 보다 더 힘들어한다. 9시 반부터 검사한다고 하여 9시에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12시에 끝날 줄 알았는데 2시가 넘도록 연락이 오지 않아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후에 전화가 왔다. 이제 끝났다고 큰 병은 아니고 게실염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5시에 도착을 하니 마음이 놓였다.

 

 

처는 매달 작은어머니께 찾아 뵙는다. 두어 달에 한번은 나와 함께 가서 얼굴을 보여 드리지만 쉽지 않은 일인데 그저 고마울 뿐이다. 오늘이 작은어머니 생신이시다. 매년 해 왔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못하다가 3년 만에 자식들이 생신상을 차려주신다고 하여 우리 부부를 초대했는데 오늘 광수부부가 지방행사가 있어 어제 모임을 가졌다.

 

옛날 우리집의 가장 큰 행사는 조부님 생신이었다. 복중이었는데도 가족은 물론 동네 사람들 전부 불러다 식사대접을 하였었다. 작은 키의 모친은 모든 것이 빠르고 일 처리도 잘 했으며, 대범하셨다. 동네 분들 모두 모친을 칭찬하셨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선친, 모친, 다 돌아가시고 우리집 큰 행사는 유명무실해졌다. 장손인 나 역시 집에서 조용히 살 뿐 아무런 힘도 없다. 전에는 차례와 제사를 우리집에서 지냈는데 차례도 제사도 작은집에서는 관심이 없다. 경주 고모만이 전화를 주실 뿐이다. 지난 월요일이 조부님 기고일 이었는데 그나마 전화를 해 주시던 고모님도 연락이 없고 작은집은 아예 모르는 것인지 지척에 있으면서도 연락도 없다. 내 생일도 결혼 전에는 여동생이 챙겨 주었는데 다투고 나서는 연락도 없고 그나마 막내가 챙겨준다. 처는 내가 챙겨주고 제수씨들은 하루 상간이라 내가 불러서 식사대접을 해 드린다.

 

 

작은집 가족을 만나면 제수씨가 가장 반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데 설날과 추석 때에는 혼자 혹은 광수와 함께 우리집을 찾아 오신다. 정말 고맙기만 하다. 이윽고 저녁이 되어 식당에 모이기 시작했다. 작은어머니와 미연 영미도 반기지만 동수는 물론 조카들은 인사도 없다. 그것은 우리집 장조카와 별 차이가 없다. 가족 모두 모이니 열명이 훨씬 넘는다. 부럽기만 하다. 부모님 한 분만이라도 살아 계셨더라면 우리집도 이럴텐데 작은집 아우들이 반갑기도 하고 부모님께 죄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만 하다.

 

처는 돼지고기를 못 먹거니와 치료를 받고 온 터라 먹을 것이 별로 없다. 된장찌개를 시켜 먹을 뿐이고 광수가 구워준 고기를 처가 챙겨서 받아먹을 뿐이다. 처를 챙겨주기에 바빴다, 워낙 소식을 하기에 금방 배가 부르다. 이윽고 생일 케잌에 촛불을 밝히고 축하노래를 불었다. 내가 작은어머니을 사진을 찍은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처는 우리만 빼고 모두 잘 먹는 모습이 신기한가 보다. 구경만 하기도 무엇하여 화장실 간다 하고 빠져 나오는데 한참 걸렸다. 인사 받으랴 휠체어 끌어내랴 온통 신경이 내게 집중되어 낯 간지럽다. 처가 사 온 장미 한 송이르 꼭 잡은 작은 어머나의 모습이 아련하다.

 

 

여보 또재열여사 오늘 고생 많았어요. 좀더 건강해지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작은어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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