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는 우리집에 서 키우는 화초들을 통친 앵두라 부른다. 나 이외에 앵두를 가장 사랑하는 듯하다. 아침마다 “앵두야 잘 잤니?” 하며 이름을 부르고 쓸고 닦는다. 봄 가을 여름 겨울철에 따라 물도 달리 주고 비료를 주며 자식을 대하듯 한다. 그 10여년의 결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난다. 지난 2월에 크래톤이 꽃을 피우더니 7월초에 관움죽이 꽃을 피웠다. 놀라운 결실이다. 보람은 헛되지 않는구나 하며 처를 칭찬해 주었다.
내게 15년 이상된 장애인 친구들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대호가 있다. 카톡도 자주 하고 전화도 가끔 한다. 그 친구가 중복날 저녁을 먹자고 하여 부부동반으로 오후 5시 반에 만나 구반월에 가서 쭈꾸미볶음과 함께 수재비를 먹었다. 기분이 좋아 소주도 곁들였다. 그리고 일어서서 신발을 신는 순간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무엇을 먹었는지 왜 대호 차에 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내가 알 수 없는 헛소리를 하니까 처가 당황한 듯 나를 계속 깨웠다. 고대병원에 거의 다 와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집에 와서 푹 잤다.
이틀 후부터 아프기 시작하더니 열이 38도가 넘는다. 정형외과에 가서 시진을 찍고 내과에 가서 감기약을 타고 처와 같이 수액도 맞았다. 의사는 코로나검사를 하라고 했는데 수액을 맞아서 그런지 체온은 내려갔다. 그리고는 일주일을 계속 앓았다. 기침 가기는 심하고 무엇보다 밥을 먹을 수가 없다. 밥만 보면 구토현상이 일어나고 밥만 들어가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도록 구역질이 난다.
할 수 없이 8월 1일 코로나 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으러고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코로나에 걸렸다고 한다. 기가 막힐 뿐이다. 그날부터 약과 더위와 밥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처는 자기도 아프면서 수발을 한다. 처 없인 하루도 못 살 것 같다. 그저 처가 고마울 뿐이다. 지금은 구토 현상만 있을 뿐 밥은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내일 밤 12시에 풀린다고 하니 불행중 다행이 아날 수 없다. 언제나 제자라로 돌아올지 내 자신부터가 궁굼하다. 알 수 없는 파란만장한 내 청춘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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