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궁평항을 다녀와서

역려과객 2026. 7. 27. 20:12

 

 

 

궁평항은 여러 번 갔었다. 처음으로 간 것은 부모님이 생전에 계실 때 우리집 마늘을 캐 주던 초등학교 동창인 일순이가 내 차를 운전하며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왔었다. 처와 멀리 건 곳도 궁평항이었다.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선친의 친구분과 함께 갔었다. 선친은 모르는 분과 어울려 평상에서 고스톱을 치고 딴 돈을 처에게 주셨다. 덕분에 베이징 올림픽 수영 200m 박태환 우승을 뉴스로 봐야 했다. 여하튼 여러 번 갔었는데 오랜만에 간 것이다.

 

 

 

처가 이석증을 심하게 앓아 병원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처의 친구인 미선이와 함께 가기로 했는데 제수씨가 태워 주겠다고 하니까 처는 자기들끼리 다녀오겠다고 하며 사양한다. 그 마음을 낸들 왜 모를까? 월요일은 복지관에도 안 간다. 그래서 도서관에 갈까? 생각했는데 도서관도 월요일이라 쉬는 것을 알기에 제수씨는 무덥지가 않아 밖으로 나가자고 해서 나는 물왕동에나 갔다 오겠지하며 따르기로 했다.

 

 

 

제수씨는 고속도로로를 타는 것이다. 화성시에 있는 우리꽃식물원에 가 보자고 한다. 오랜만에 꽃구경이나 실컷 하겠다고 생각하며 순순히 따라나섰다. 둘의 대화는 끝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주로 제수씨가 말하고 나는 듣는 편이다. 제수씨는 지호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고, 나는 타임뱅크에 관한 말을 했다. 가다 보니 발안으로 가는 길이라 눈에 익었다. 그런데 웬걸 우리꽃식물원은 월요일이라 휴관이었다. 알고 보니 사강 근처였다. 부모님과 그곳에서 조개를 샀던 곳이었는데 많이 바뀌었다. 기왕에 온 것 궁평항이니 가자고 해서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궁평항도 많이 바뀌었고 비릿한 특이한 바다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다. 날씨도 무덥지 않았고, 바람도 솔솔 불었다. 낚시꾼만 간간이 보였다. 출렁이는 바닷물을 뒷배경으로 제수씨는 사진을 찍어 주었다. 이후 여러 곳에서 사진을 찍은 후에 카페로 들어가기로 했다.

 

 

 

차에서 내려 카페로 들어가려 했는데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목발로 걸으려는데 속옷이 흘러 내린다. 제수씨가 얼른 주워 휠체어 뒷주머니에 넣고 올라가는데 가파르지는 않았지만 꽤 높다. 카페에 올라가는 손님들 덕에 편히 올라갈 수 있었다. 궁평항 전망대 카페였다.

 

 

 

우리는 아이스 커피를 시켰고.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른다. 알고 보니 아침마당 5승 가수인 김연택 가수였다. 신청곡을 받고 노래하고 박수받기를 여러 번. 누구나 다 아는 노래 정말 바보야’ ‘보약같은 친구’ ‘부산갈매기등 여러 곡을 부른다. ‘가수는 역시 가수다라고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고 내려왔다.

 

 

 

제수씨는 지난겨울에도 이곳에 왔었나 보다. 오이도나 소래포구처럼 이곳에도 수산시장이 있었다. 제수씨는 구경 한번 해보자고 나를 이끌었다. 이곳에 왔으니 처에게 선물 하나 해 주고 싶어 맛조개랑 소라를 사고 계좌번호 달라고 하니까 제수씨가 얼른 계산한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미안한 데 커피에 조개까지 나는 횡재를 한 느낌이다.



생각지도 않은 화성시를 돈 셈이다, 오는 길이 행복하기만 하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셈이다. 제수씨는 요양보호사 생활만 20년을 한 베테랑이다. 말이 20년이지 장애인을 위해서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을까? 내게는 은인 같은 분이다. 제수씨의 고생담을 들으며 집에 오니 네시 반이었다. 즐거운 하루였다.

 

 

 

저녁에 반가운 소식 하나를 들었다. 처의 귀가 많이 좋아졌다고 행복한 모습으로 내게 말해 주었고 내가 냉장고를 보라 하니까 놀라며 좋아한다.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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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