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볕이 따뜻하다. 멀리서 들려 오는 유채, 그리고 산수유가 봄의 기운을 더 채찍질 한다. 어디 그 뿐이랴 내가 좋아하는 목련꽃 봉우리가 금새 터질 듯하다. 계절의 발걸음은 언제나 분주하다. 그 조화 속에서 들려 오는 미담 소식이 내 가슴을 환하게 한다. 남몰래 독거노인을 돕는 숭고한 사랑. 세상은 참 따뜻하다.
나 또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오이나 토마토를 갖다 주는 친구, 김치를 해다 주는 친구, 교과서를 갖다 주는 친구, 이불빨래를 해 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손·발이 되어 주는 친구, 약숫물 떠다주는 친구, 분갈이를 해 주는 친구,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쓰레기봉투를 갖다 버리는 친구 등등 참 많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 가을부터 매주 한 두 차례씩 복지관에 들러 탁구를 배운다. 3년 전부터 동아리 친구들은 열심히 배우고 익혀 어느 선수는 국가대표가 되었는가 하면 도대표도 있고 각종 대회에 나가서 입상도 하곤 한다. 대부분 1급 장애인들이다. 불굴의 정신이 가져다 준 결과물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주말부터 서산 대회에 참석을 한다. 그들의 파이팅과 건투를 빈다.
복지관에서도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있다. 우리 탁구 동아리팀도 봉사하시는 분이 수고를 주신다. 탁구장을 운영 하시면서 매주 두 번씩 오셔서 직접 동아리 친구들에게 레슨을 해 주신다. 배홍식 코치님은 라켓 잡는 법부터 일일이 가르쳐 주시지만 스스로 고문관을 자청하는 내게 그게 될 리 없다.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 내게 그래도 실망 안 시키려고 무던히 애를 쓰신다. 남들은 잘만 치는데 나는 매번 반복을 해도 금새 자세가 흐트러지고 내 자신이 생각해도 영 아니올시다 이다.
우리가 건의서를 만들어서 올리고, 관장님과의 면담을 한 결과 4월부터는 매주 세 번 오후로 바뀌었다. 하나가 좋으면 다른 하나는 놓치는 것이 진리인가? 아쉽게도 배 코치님이 시간이 안 맞아 우리에게 레슨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 볼 땐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여기서 중도 포기 해야 하는 것이 아니지 모르겠다.
남들이 나를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는데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10% 되돌려 주기, 차량봉사. 매주 문자 보내는 것으로 할 일을 한다고 생각지 말자.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내가 뒤늦게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장애인과 노인을 더울 알고 그들에게 뭐가 더 필요한가에 대해 근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워 보다 나은 내일의 내 자신이 되고 이웃의 일원이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만들고 내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꼭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위로보면 부족해도 아래로 보면 넉넉한 것이 인생살이다. 개구리가 우물 속에서 하늘만 바라 볼 것이 아니라. 낚시 하는 법을 익혀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다짐을 해 본다. 허트러진 마음을 다시금 조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