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발렌타인데이와 정월 대보름

역려과객 2015. 6. 24. 15:53
발렌타인데이와 정월 대보름
2006.03.31

  2월에는 젊은 이들에게 큰 행사(?)가 있다. 발렌타인데이라는 일종의 사랑고백을 하는 날이다. 또한 우리 5대 명절의 하나인 정월 대보름이 속해 있는 달이기도 하다. 대보름은 우리에겐 이제 추억으로나마 옛 정을 되살리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수년 전 2월 14일이 대보름날인 적이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대보름을 잘 몰라 했고 늙은이들은 발렌타인데이를 모르는 이상 야릇한 맛을 느끼게 했었다.


  어린 시절엔 큰 명절로 기억된다.  많은 추억이 남아 있다.  보름 전날 오곡밥을 실컷 먹고 친구들과 어울려  밤에 깡통을 돌리며 달집을 태우며 소원도 빌고 아랫동네 친구들과 패싸움을 하며 지냈던 기억이 새삼 떠 오른다. 그리고 보름이 지나면 평상시로 돌아와 농부들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하였다.


  14일은 발렌타인데이. 발렌타인데이는 본래 로마의 풍속이었다. 축제의 원래 이름도 「루퍼칼리아」다 루퍼칼리아 날짜는 14일이 아니고 15일이었다.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여 각자 자기의 이름을 통 속에 적어 놓고 제비를 뽑아 남녀 한명씩 조를 만들어 축제를 가졌다. 한 조가 된 남녀는 애정의 표시로 선물을 교환했다. 그들은 축제 후에도 교제를 계속했고 결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초기 기독교시절 발렌타인 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성직자가 순교했다.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이들은 2월 14일에 처형된 것으로 정해진다. 기독교가 공인된 후 이들의 순교일은 발렌타인 축일로 정해지고 이후에 500년 젤라시우스 교황이 루퍼칼리아의 이름을 발렌타인으로 이름을 바꾸고 14일로 앞당겨 축제를 열었다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 이 날은 지신밟기 줄다리기 동제(洞祭)등 각종 기복(祈福) 액막이 구충(驅蟲)행사를 벌이며 한해의 풍요를 빈다. 보름 전날인 열 나흗날 저녁에는 집집마다 등잔불을 밝게 켜놓고 밤을 세운다. 마치 섣달 그믐날 밤 수세(守歲)하는 것과 같다.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밝아야 그 해 운수가 좋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정월 대보름은 한해의 실질적인 시작이자 풍요의 원점이었다.


  대보름날은 잡곡밥과 약밥을 먹으며 오곡백과의 풍년을 빌고 갖가지 나물반찬을 차려 풍요로운 가을을 기원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여름 건강을 빌며 더위를 팔고 부럼을 까고 이명주(耳明酒)를 마시며 튼튼한 이. 밝은 귀를 기원했다.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제기차기, 모기불 놓기, 짚단 쌓기 등 각종 제의 놀이와 함께 농점(農占)도 행해졌다. 오늘날 도시생활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는 지금도 정초에 축원을 기는 뜻에서 척사대회를 연다. 40호 전 주민과 이웃동네 분들을 초청하여 한해의 풍요를 기원하고 예를 올린 다음 윷놀이를 행한다. 나도 참석하여 표를 팔고 접수를 보며 최종 8명을 뽑는 행사진행을 한다. 그 수익금은 동네의 기금으로 큰일이나 효도관광등 1년의 행사비용으로 쓰인다


  발렌타인데이는 구미에서 젊은이들이 사랑과 우정을 표시하는 날로 지켜져 오고 있다. 연인뿐 만이 아니라 친구와 가족들에게도 카드 편지 등을 주고 받고 선물을 보낸다 연인들에게만 특별히 초콜렛을 선물해야 한다는 풍속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일본의 초콜렛 업계가 이 판매촉진을 위해 백화점과 함께 상술을 도입하여 엉뚱하게 발렌타인데이 날을 초콜렛 특판일로 이용하였다. 우습광스럽게도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 그것이 과소비로 이어졌으니....


  우리의 젊은이들이 순수한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날을 갖는 것이 좋다. 나도 젊어서 받아 보기도 했었다. 또 받을 날이 있을까마는. 그러나 사랑을 초콜렛의 크기와 가격으로 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해가 시작 되자마자 온갖 재앙이 줄줄이 겹치는 올해도 큰 명절 정월 대보름은 어김없이 찾아 왔다. 이번 대보름도 윷놀이 행사 진행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나와 내 이웃과 겨레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리고 모든 가족들의 건강과 행운이 깃 든다면 더 바랄 나위 없을 것이다.

'해운의 일기 그리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취미생활  (0) 2015.06.24
創 造  (0) 2015.06.24
소나기  (0) 2015.06.19
그녀의 눈 그리고 희망  (0) 2015.06.19
꿈이 있기에  (0) 201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