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물과 가뭄

역려과객 2015. 6. 24. 15:58
물과 가뭄
2006.03.31

 

 

  어제 집에 오니 부친께서 자리에 누우셨다. 수 일전부터 기침을 하시더니 몸살까지 나셨나 보다.  약을 사 오고 죽을 쑤어 드리니 푹 주무신다. 헌데 아침에 또 못 일어 나신다.  그래도 억지로 일으켜서 죽을 드시게 하시니 잘 잡수신다. 80평생을 농사만 아시는 분.  그 분이 내게 하시는 유일한 잔소리(?)는 '물좀 아껴 써라'이시다.


  요즘 날씨는 흔들리는 여인의 마음처럼 변화가 참 많다.  어제는 비바람이 몹시 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하다.  항상 이 맘 때면 늘 가뭄에 시달려 농부들은 물론 일반 민초들의 걱정을 자아내곤 했었다.  작년만 해도 가뭄에 불이 나서 천년고도 낙산사까지 소실되었었다.
  올해는 그나마 비가 자주 오는 편이다. 어젯밤에도 비가 왔다. 흥건히 온 비에 농민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흡족한 분위기이다. 더우기 비가 내린 끝의 잔잔함은 여유로움 이라고나 할까? 마음마져 상쾌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지구의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은 지구둘레를 에워싼 공기가 있고 따뜻한 햇살이 있고 그리고 물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들 말하지만 죽어서 흙에 묻히는 인체의 70%는 물이다.  그처럼 중요한 물, 그러나 물이 모자라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물에 관한 속담은 너무나 많다.  물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물에 빠져 죽을 팔자면, 접시 물에도 빠져 죽는다.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굳은 땅에 물이 고인다.  물도 아껴 쓰면 용왕이 돕는다.  물에 빠지면 짚이라도 잡는다.  물은 트는 데로 흐른다.  물은 얼면 차갑게 된다.  물쓰듯 총 쏘듯 한다.  물인지 불인지 모른다 등등 수없이 많지만 대부분 흔하다는 뜻이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지구상의 물 공급량은 한해 9천km3.  그러나 지구 전체의 물 소비량이 50년대에 비해 5배나 는데다 각종 폐기물로 오염되고 있어 오는 21세기쯤에는 물 부족이 인류의 가장 각박한 고민거리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지구 차원에서 뿐 아니라 당장 우리에게도 물이 모자랄 날이 다가오고 있다니 걱정이다.  우리 나라의 물 수요량은 연간 2백90억t.  아직은 공급에 20억t가량 여유가 있다.  그러나 오는 2011년쯤이면 수요량이 370억t으로 늘어날 전망인데 비해 공급량은 340억t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 국토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으로 산 좋고 물 좋은 나라다.  어디를 가도 물이 좋아 집집마다 우물을 파 식수로 사용했다.  맛좋은 광천수, 물에 좋다는 약수도 곳곳에서 솟는다.  우리집도 60년대에 우물로, 60년 후반에 펌푸로, 70년대 후반에 자가 수도로, 80년대 후반부터는 암반수로, 작년 겨울부터는 일반 수도로 변했다.  산업화가 되면서 공용수도로 변해 가면서 수요량이 많아 진것만은 부인 할 수 없다. 77년 대 홍수로 산사태가 나서 우리 전답이 황폐화가 되었어도 가뭄에 비를 기다리는 심정이야 모두 같겠지만 농민은 특히 더 하다. 


  우리 속담에 가을물은 소 발자국에 괸 물도 먹는다고 했다.  전국 어디를 파도 펑펑 솟는 물인데 요즘 시중에서 팔리는 생수가 기름값보다 비싸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올해는 눈이 제법와서 다른 해 보다 가뭄이 적고 엊그제의 비로 많은 해갈이 되었지만 해마다 가뭄이 계속 되고 있다. 가뭄이 계속되면 좋은 인심도 자연히 흉흉하게 된다.  정말로 비다운 비를 구경한지도 꽤 오래되었나 싶다.  소나기를 맞아 본지도...


  산 좋고 물 맑음을 자랑하던 우리다.  그러나 물쓰듯 한다는 말이 비유로 통하던 시대가 끝나 가고 있다. 식수 뿐만이 아니라 산업화가 되면서  맑은 물은 이미 자유재가 아니다.  생산구조와 소비행태에 걸쳐 물을 아끼고 지키는 노력이 긴요할 때다.  부친의 말씀처럼 나도 물좀 아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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