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큰 일을 앞두고

역려과객 2016. 10. 17. 15:52
큰 일을 앞두고
2008.10.24

 

 

 

  어느 덧 나이를 먹어 중년이란 소리를 듣고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젊음이란 몸과 마음 모두가 활기찰 때를 말함인데 지천명을 지나니 마음은 청춘이요 생각은 젊게 느낌을 말하지만 몸이 잘 따라 주지 않는다. 탁구를 칠 때의 무감각이야 말로 표현하지 못할 지경이지만 내 자신 뿐만이 아닌 여러 지인들의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이다.

 

 

 

  살다 보면 저마다의 시기와 기간이 있듯이 인생에는 수 많은 갈피들이 있다. 인생의 한 순간이 접히는 그 갈피 사이사이를 사람들은 세월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세월 속의 나는 어디쯤일까? 부친께서 어제 갑자기 어지러움증을 호소하여 응급실로 모시고 갔다. 이번달만 해도 두 번째이다.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니 부친의 이마에는 검버섯이 피어 있다. 그것은 세월이 아니라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많아지면서부터 그 갈피들은 하나의 음악이 되고 미술이 되고 예술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예술이 승화되어 하나의 선율로 그려지겠지.

 

 

  나도 2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 부친처럼 여기 저기 상처가 아닌 훈장으로 남아 세월과 선율로 그려지는 노인이 되겠지 하는 생각에 하늘 한 번 더 쳐다 보게 된다. 내일이면 새 신부를 맞는다. 남들보다 20~30년 늦게하는 결혼 그래서 세월의 느낌을 받아 드리며 모든 분에게 감사 드리자. 생전에 나 때문에 눈을 못 감는다고 하시던 모친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불구자인 아들을 보며 한없이 우셨을 모친을 생각하며 이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비록 남보다 뒷 쳐진 20~30년이지만 그러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해 본다.

 

 

  지난 주에 주례를 서 주실 은사님을 뵈었다. 내 느낌대로 나를 많이 사랑해 주셨던 분으로 나 때문에 장애인 복지관에 나가게 되었다는 말씀에 고개를 절로 숙여야 했다.  30년만에 보는 내 밝은 모습을 보고 가슴에 맺혔던 멍울 하나가 빠져 나가는 것처럼 기쁘다고 하셨다. 50여명 학생을 다 사랑하셨지만 유독 세 학생을 눈여겨 관찰히 보셨다고 한다. 이는 당신이 보기에 어렵거나 약한 사람을 돌보는 은사님의 제자사랑 방식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종강날 반원 전체 학생에게 초클렛 한개씩을 나누어 주신 분 평생 잊지 못할 은사님으로 기억된다.

 

 

  진석이는 부친이 돌아가셔서 어린 제자가 가여웠고, 경섭이는 모친이 재가하신 이후로 문제아가 되었는데 당신이 설득하여 당년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늘 가슴에 와 닿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장 어리고 약했던 나를 강하고 빛나게 하기 위하여 더 신경을 쓰셨다고 하신다. 그러던 내가 장애를 입었다고 하니 한이 맺혔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예쁘게 자랄 줄 몰랐다고 하시면서 우리집을 방문하셨다. 그리고 한아름 사랑을 놓고 가셨다.

 

 

 

처는 식도 올리기 전에 예서 제서 칭찬을 많이 듣는다. 그만큼 처가 부친에게 공경을 다한다는 뜻일 것이다. 주관이 아닌 객관적으로 봐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모습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부족한 면을 채워 주고 존중하고 아끼고 나누고 양보하고...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말 한마디 보다는 실천에 옮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내 자신이 인생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무렵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았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 버리고 살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살아가는 방법이야 모두들 다르겠지만 그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아픔을 딛고 일어선 나이기에 이 결혼이 참으로 소중하다.  꽃이 피고 지듯 내 삶도 후회와 연민과 반성속에서 행복의 깨달음이 피어나는 것 같다.

 

 

  먼 훗날 인생이 연주하는 음악을 후회없이 들을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즐기고 싶다. 중년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본다고 했다. 세월의 한복판에서 새 인생을 찾는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서로 마주보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내가 가는 길을 뚜벅뿌벅 걸어가자. 내 삶을 위하고 우리 모두를 위하고 훗날의 행복을 위하여!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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