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폐암 진단

역려과객 2016. 10. 17. 16:06
폐암 진단
2008.11.15

 

 

 

  부친이 가끔 어지러움을 호소하셨다. 변비가 조금 있을 뿐 식은 땀이 나기도 하셨지만 큰 이상이 없었다. 평소에 44kg 나가던 부친의 몸무게가  작년 연말 퇴원하실 때 39kg이었는데 지금은 47kg이나 나가고 식사도 잘 하셨다. 며느리 얻었다고 마냥 좋아 하시던 부친께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신다. 정기적으로 보름에 한 번 진찰을 받으셨다. 1년을 넘게 병원 신세를 지고 골수염 약도 조금씩 줄여 나갔다.

 

  응급실에 실려 갈 때마다 피검사 X-레이 심지에 뇌 CT까지 찍었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만 받고 주사 맞고 집에 오시곤 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정기검진 받으러 가서 약만 타 오려고 했다. 산재 환자들과 탁구회원과 같이 집들이 하기로 되어 있어서 바쁘기만 했는데 식은 땀이 난다고 하니까 폐에 CT를 찍어 보자고 한다. 그리곤 입원하라고 한다. 그러더니 어제 의사가 보호자를 찾는다고 해서 가 보았더니 정확한건 월요일에 가 봐야 알겠지만 폐암일 듯 하다고 한다.

 

  장모님도 편찮으신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싶어 집으로 오면서 차 안에서 아내와 통곡을 했다. 연세도 있고 사실 만큼 사셨다. 그리고 80평생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부친의 말씀이 뇌리에 박힌다. 도대체 의사는 그동안 뭘 했단 말인가? 이제와서 수술도 못할 정도이고, 항암제도 못 쓴다고 하니 나 보고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괜히 멍하게 초점없이 우두커니 서 있다. 장모님을 찾아가 인사만 드리고 와서 잠을 청하니 잘 수가 없다.

 

  아침에 아내가 목욕을 시키니 좋아 하신다. 오늘 퇴원하자고 하시는데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부친의 성격을 아는지라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숙명으로 받아 들이자 생각하자고는 하지만 괘씸한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한평생을 사시면서 그 굴곡이야 지나온 과거이고 현재로서 더 없이 마냥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열이 난다는 아내의 전화에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부친 팔순잔치 멋지게 해 드리자는 아내의 말처럼 그 때까지 만이라도 살아 계신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램일 뿐이다. 따질 것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편히 모시는 것이 급선무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정신 차리자고 되 뇌이지만 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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