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실습과 수술

역려과객 2016. 11. 7. 15:55
실습과 수술
2009.08.01

 

 

 

  인간은 세월처럼 유유자적하게 흘러가지 않나 보다. 좀 더 편하고 안락하게 살고 싶은데 자연은 인간의 침범을 허락하지 않는다. 여성 산악인 고미영대장이 죽은지도 한 달이 지났건만 히말라야산은 우뚝 솟아 건재함을 과시한다.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다 장마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는가? 하지만 태양은 지금도 이글거린다.

 

  부친의 49재도, 산소도 고치고 장인어른도 화장을 잘 모셨다. 그리고 조부모님, 부모님의 천도제도 잘 마무리 되어 이제 평온만 찾아 오는 듯 했다. 그러나 호사다마이던가 처가 7시간에 걸친 척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디스크가 심해 마비가 오기 직전이란다. 그 와중에도 내 걱정을 하는 처가 안되었고 가여웠다. 간단한 수술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4학년 1학기 결과는 비교적 좋게 나왔다. 이제 한 학기와 실습, 그리고 졸업논문만 통과하면 두 번째 졸업이다.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할 일 도 많았고 바쁘게 살았었다. 장애인으로서 장애인답게 사는 방법을 찾던 중 적성에 맞고 내가 할 수 있는 길이기에 사회복지사를 택했고 자원봉사를 한 관계로 어느 복지관에서 나를 실습생으로 받아들였다.

 

  딸과 같은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니 처음엔 어색했으나 일주일이 된 지금 서슴없이 지내고 있다. 젊은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볼 수가 있다. 내가 아나로그라면 그들은 디지털이다. 빨리 돌아가는 그들을 따라잡을 수야 없지만 경험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가령 어제 수퍼바이저께서 퀴즈를 내는데 6명의 젊은 학생을 뒤로 하고 최고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로 보나 신체적, 언어적, 그리고 패기 등 따라잡지 못하지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처는 내 실습 때문에 수술을 늦추려고 하였다. 내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입원은 말이 안 된다면서 한 달 후에 하겠단다. 말 뜻이야 얼마나 고마운가? 몸 아프면서도 뒷바라지 하겠다는 정성이 가슴속에 와 닿는다. 강제로 입원시키고 수술을 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각자 서로에게 힘을 불어 넣으니 신뢰감만 쌓일 수 밖에 없다. 늦게 만난 우리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아 비록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하다. 설사 앉은뱅이가 된다 해도 이 사람을 평생 사랑하리라. 부친을 위하는 이 사람의 마음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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