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마가 꽤나 길다. 그것도 국지성으로 내려 전국 각지에 피해가 많다. 우리도 3년전엔 부친께서 농사를 지었던 관계로 아직 농토가 남아 있어 여름이면 항상 걱정이 되곤 했었다. 77년 7월 8일에 400여mm의 집중호우가 와서 논밭이 쓸려 나갔었다. 그 이후 농토를 다시 만들려고 꽤 고생한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논둑에 미류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그래도 많은 덕을 봤었다.
올해는 그래도 잘 지나가나 했는데 지난 달에 만든 부친의 산소 봉분이 무너졌다. 매번 고치려고 날을 잡으면 비가 오곤 했다. 모레가 부친 49재인데 마지막 윤달이고 해서 그날 만지려고 하는데 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모든 것이 잘 풀리나 했는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뜻하지 않은 일이 나를 애태우게 한다.
지난주 일요일엔 장인어른의 묘를 파서 화장을 했다. 아들이 없는 처가에 동서가 얼굴도 못 본 장인을 20년이나 모셨으니 그 정성이 얼마나 대단한가? 나는 비가 많이 와서 참석도 못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늘 가족 곁에 있었다. 그래도 따뜻하게 맞이하는 처가에 감사할 뿐이다. 무사히 끝났다고 해서 늦게 점심을 같이 할 수 있었다.
비는 예정을 두지 않는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인간에게 위안을 주고 서로에게 행복을 주고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다가오지만 때때로 이렇게 수난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햇빛은 하수구까지 고르게 비추어 주어도 햇빛 자신은 더러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더러운 곳에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행동이 깨끗하다면 햇빛처럼 더러워 지지 않는다.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한 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부친의 유품을 정리하고 방도 새롭게 꾸몄다. 4학년 1학기 수업이 끝났다. 비교적 좋은 점수가 나와 그나마 얼어 붙었던 마음을 흐믓하게 했고 매주 봉사를 나가던 곳에 다음주부터 실습을 나가게 되어 졸업을 앞두고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문제는 운동이다. 내 딴엔 하려고 하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탁구든 윗몸 일으키기든 걷든 뱃살을 줄여야 한다. 담석도 빼야 하고 지방간과 고지혈도 줄여야 한다. 어쨌든 운동을 해야 한다.
어느 글귀에 이런 것이 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죽어가는 이가 그렇게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 세상의 돈을 다 주어도 잃어버린 1분은 사지 못한다'라고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짧지만 생각을 낳게 하는 글이다. 행복은 나눌수록 채워지는 신비로운 것이라고 한다. 장마와 무더위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요즘에는 행복을 전하는 짧은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웃음이 되어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이번 주에는 바쁘게 지나갈 것이다. 오늘의 이 소중함이 없다면 내일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내 인생의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랑하고 미워하고 희노애락이 함께 할 수 있는 오늘이 있기에 진정한 인생의 아름다운 의미가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