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탄도항과 서울대공원

역려과객 2017. 8. 22. 17:42



1. 생각지 않은 선물

    



 

어젯밤에 과음을 한 탓일까? 몸이 약한 처는 기진맥진 꼼짝을 못한다. 평소에 잘 안마시던 술을 오랜만에 만난 친구 덕에 고생을 한다. 아무리 발을 주물러 주어도 피곤함이 묻어 나온다, 아침 10시에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시간이 나니 바닷가 구경 가자고 한다. 처에게 물어보니 그래도 간다고 나선다. 저런 몸으로 어디를 갈까? 야릇한 눈길로 바라보니 여행을 좋아하는 처는 벌써부터 신이 났다. 진범은 장애인을 잘 안다. 전처도 장애인이었고 더불어 그런 곳에서 자원봉사를 많이 했다. 힘이 장사인 그는 휠체어부터 들어번쩍한다. 수년전까지 자주 다녔던 그 곳 차가 없으니 속빈 강정이다. 헌데 바닷바람을 쐬니 기분이 맑다. 3년전에 친구부부랑 와서 전곡항에서 배타고 바다를 구경한 적이 있는데 그 추억이 아직도 가슴에 아련히 떠오른다. 칼국수를 먹고 이곳저곳 다니면서도 진범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그는 많이 다녀본 듯 하다. 바다가 갈라지면 저 멀리 누에섬까지 갈 수 있다. 등대까지 갈 수 있는데 오늘은 바닷물이 꽉 차있다. 새우깡에 갈매기는 도망도 안 가고 사람을 따라 다닌다. 갯벌체험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처는 힘들어 보이지만 휠체어에 의지한 난 바다내음을 만끽한다

    



 

탄도항의 끝은 어디일까? 전곡일까? 누에섬일까?

칼국수를 뒤로 한 채 수평선을 바라보매

무더위 식혀주려고 비마져 도와주네

 



2. 가족이라는 정

 

나는 별로 한 것이 없는데 진범은 우리에게 늘 정성을 다 한다. 지지난 달에도 연꽃마을을 다녀왔다. 고마운 친구다.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노부모 모시거나 장애인이 있으면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집도 처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제적인 면도 그렇고 먹고 입는 것에서부터 약까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것이 신경 쓰인다. 선천적으로 약함에도 불구하고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이 투철한 처는 모든 면에서 나를 챙겨준다. 그만큼 나를 사랑하는 것이리라. 오는 길에 처제에게서 전화가 왔다. 길호가 대공원 가자고 한단다. 오늘은 횡재하는 날인가 보다. 처는 피곤함이 역력한데 그래도 따라 간다고 한다. 진범에게 고맙다고 다시 한 번 표하고 우리는 길호를 기다렸다.

    



 

누구든 근심걱정 없을수야 없겠지만

아픔을 승화시켜 긍정으로 극복하면

세상사 무수한 난관도 미소로써 답하리

    


 

 

난 장가를 잘 간 듯하다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처는 물론 처가식구 모두 한번도 찡그리지 않고 나를 챙겨준다 어느새 10년이 되어 가지만 늘 한결같아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동서와 난 동갑이다. 동서도 처제도 허리를 다쳐서 애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는 물론 동서 처제 길호 모두 휠체어를 서로 밀겠다고 한다. 고마운 것이 말을 잘 하지 않는 길호도 이모부라면 끔찍이 생각해 준다. 그 넓은 곳을 자기들 몸도 힘든데 인상한 번 안 찡그리고 밀어주니 난 복받은 놈이 아닐까 싶다. 쥐구멍 찾고 싶지만 염치불구하고 그들에게 내 맡겼다.

    




 

서로 믿고 의지해온 처가의 가족이여

당사자도 힘들지만 내 맘은 더 아프다오

그래도 함께 어울리며 알콩달콩 살아보세

    



 

3. 자연의 세계

 

5시가 다 되어 퇴근해서 온 동서를 만났다. 맥주 한잔에 목을 축인 우리는 동물원으로 향했다. 매미가 늦여름을 반긴다. 시골에서 살 때엔 귀 아프게 듣던 매미 쓰르라미는 운치를 더 할뿐이다. 어젯밤에 들려오던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는데 이젠 가을이 더 가까이 보일 듯하다. 자연이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난 식물을 좋아한다. 일찍이 화훼재배 자격증을 땄기도 하거니와 젊어서는 꽃을 심어 강남터미널에 갔다 팔기도 했었지만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축 이외엔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저 TV에서 즐겨보는 동물의 왕국 등 동물을 보았을 뿐 직접 보지는 못했다, 헌데 오늘 드디어 직접 보게 되니 감개무량하다. 동물원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비마저 조금씩 흩날리며 더위를 식혀준다. 휠체어를 미는 가족들 얼마나 힘들까마는 자꾸 티를 내면 불편할까봐 그냥 내맡겼다.

    



 

초원을 달리던 얼룩말은 우리 안에 갇혀 있고

세상을 뒤흔든 사자들은 낮잠에 취해 있네

얘들아 꿈에서 깨어나 고향가서 뛰어 놀렴

    



 

맨 먼저 침팬지와 개코원숭이 고릴라가 우리를 반긴다. 사람은 아랑곳 않고 제멋대로 짓고 까분다. 아프리카의 제왕 사자는 야행성인지 잠만 자고 있다. 영양과 표범은 보았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치타는 볼 수 없어 아쉽다. 50년전 과수밭을 망쳐 놓은 여우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리는 보이지 않고 늑대와 코요테 조용히 그리고 사나울 정도로 우리를 노려보는 듯하다. 오소리 너구리 등 많은 동물들을 보았고 특히 스라소니가 자태를 뽐낸다. 동물하면 뭐니뭐니해도 호랑이이다. 백수의 제왕 호랑이는 송아지만한데 늠름하고 제왕답게 우람하고 멋있어 보인다. 많은 인파속에서도 호랑이는 단연 돋보였다.

    



 

육십년을 기다려서 너를 보려 내가 왔다

호랑이야 사자하고 자웅을 겨뤄보렴

이겨서 어흥 표효하며 세상을 놀래보렴

 

4. 하늘의 제왕

 

표범 코뿔소 산양들 많은 동물들을 보았고 대나무를 좋아하는 팬더도 보았으나 정작 곰은 볼 수 없었다. 더워서 낮잠을 자는 모양이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조류관 앞에 왔다. 하늘의 제왕 독수리 콘돌 달마수리 부엉이 황조롱이등 맹금류를 보면서 자연의 오묘함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해 보았다. 닭 한 마리 잡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

    



 

새들은 하늘을 날고 먹는 것은 다를진데

두루미가 황새같고 학 또한 분간 못해

너들을 어떻게 구분할지 속 시원히 알려 주렴

    



 

저어새 고니 백로 두루미 왜가리 황새 등 서로 비슷해서 예전부터 아무리 배워도 가르쳐 주어도 구분을 못하겠다. 이 넓은 땅에 저렇게 많은 동물들을 보니 신기함 그 자체였다 이 많은 동물들을 관리하는데 많은 수고로움이 들겠지 나이 먹은 나도 그런데 아기들은 얼마나 기억이 많이 남을까? 정말 잘 꾸며 놓았다 특히 조류들은 관리 하는데 손이 많이 갈 듯 하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코끼리와 홍학이었다. 코끼리는 정말 크다 예외라면 코끼리는 여러번 보았다. 먹는 것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홍학은 나는 모습이 붉은 노을이 춤추는 듯하다. 들뜬 기분으로 왔다 훈훈한 마음으로 돌아 갈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피곤함이야 다음날 푹 쉬면 되는 것이고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처가에 들러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잊을 수 없는 하루가 추억으로 남아 가슴 속에 오래오래 깊이 남을 듯 하다. 뜻깊은 하루였다.

 

 


'해운의 일기 그리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부도 여행  (0) 2017.10.10
하늘공원  (0) 2017.10.10
올림픽 공원과 과천 대공원  (0) 2017.08.13
영흥도를 다녀와서  (0) 2017.08.08
60회 생일에 즈음하여  (0) 2017.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