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5월이 가고 6월이 찾아왔다. 5월에 밖에 나간 횟수는 손가락으로 뽑을 수 있을 만큼 적었다. 고대병원에 한 번 가고 임플란트하러 두 번 가고 물왕저수지에 서너 번 가고 막내 생일이라 과천에 가서 고기 한 번 먹고 동사무소에 두 번 갔을 뿐이다. 처가에는 끝내 가지 못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수도권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추세이다.교회에서 클럽에서 학원에서 되살아나는 코로나19 때문에 우리의 부산 여행은 언제 이루어질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여자들은 도대체 알 수 없다. 기억이랄까 촉이라 할까? 나는 알 수 없는 것을 처는 물어본다. 가령 옷 하나에 이것 언제 입었는줄 아느냐고 물어본다 신혼여행 때 입은 것을 어떻게 기억하리. 이건 언제 누가 사 줬다고 하는데 그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주름살 하나에 신경쓰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은 꽤나 많을 듯하다. 사람의 절반은 남자이고 여자 일진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비슷할 것이다. 물왕동의 준카폐가 있다. 우리가 12년전 오늘 만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3년전에 5개월만에 퇴원하고 한 번 왔었는데 매번 이맘때면 같이 가자고 조른다,
수 주일 전부터 가자고 해서 그래 가자고 했다. 해서 오전에 대청소를 하고 12시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잘 안 끼던 선글라스를 끼고 목발까지 가지고 나섰다. 보통 한 번 갔다오면 세시간 걸렸는데 준카폐는 평소의 거리보다 더 멀고 목발이 없으면 들어가지 못한다. 3층까지 있는데 우리는 1층에 앉았다. 12년전 그때 그자리에 앉았다. 웨이터에게 대강 설명하고 와인 1병과 함께 음식을 시켰다.
노래는 한시 반부터 하나보다 시간이 되니 이름 모를 가수가 우리를 보았나보다. 처음 부르는 노래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었다. 참으로 듣기 좋았다. 그 다음곡이 김호중이 불러서 가슴 뭉클하게 한 노래 고맙소를 부르니 처가 감동을 한다. 우리는 잔을 부딪치며 자축을 했다. 이어지는 노래는 소풍가는 인생 보약같은 친구 나야나 등 우리가 귀에 익은 노래들을 부르고 한시간만에 내려왔다. 우리는 한참 동안 박수를 쳤다. 우리 둘의 나이가 130 이제 얼마나 이런 곳에 와서 칼 질을 하겠는가? 오늘만이라도 마음껏 누려보자 하고 따뜻한 미소로 사랑을 확인했다.나이가 들수록 더 애착이 간다. 나는 늦은 나이에 호강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요즈음 일식 4찬 받는 이가 어디 있을까?설겆이도 못하게 한다. 기껏해야 아침에 안마해 주고 발을 주물러 주는 것이 고작인데 처는 모든 것을 다 한다.
아마 내일 처는 못 일어날 것 같다. 그럼에도 처는 나와 같이 나가면 좋아한다. 돌아오는 길엔 금계국과 넝쿨장미 등 여러 꽃들이 손짓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를 맺게 해 준 현석엄마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표하며 또한 모든 면에서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 준 처가 한없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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