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시장을 다녀오며(2013.11.4~ 11.5)
전날부터 처는 잠을 못 잔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나가기만 하면 좋아하는 처이거늘 멀리 떠나는 여행인데 얼마나 기쁠까? 하지만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간단한 음식에 휠체어에 배낭에 보름 전 암 수술한 환자인가 하는 아픔을 잊은 채 처는 씩씩하게도 용기있게 나를 간병한다. 누가 환자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는 KTX에 몸을 실었다. 특실은 여유가 있고 편하다. 고속열차 승무원의 친절속에 부산을 도착하여 점심을 해결하고 역을 빠져 나오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날이 우리를 반기고 이어 택시기사가 우리를 부른다.
부산은 세 번째 여행이다. 71년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사고나기 전인 91년 여름 휴가때 경주, 부산. 한려수도, 진주 순천을 거처 여수 오동도로 여행한 3박4일의 여행이고 20여년 만에 다시 찾았다. 그때보다 많이 발전했다. 오륙도를 배타고 갔는데 이제는 공원이 되어 축제와 그림을 그리는 등 시화전을 펼치고 있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찰칵.
처는 연실 환호와 함께 행복해 한다. 친절한 기사는 요소요소 설명을 하며 우리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광안대교를 지나 조선비취호텔에서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APEC이 열렸던 곳을 찾아 관람하고 등대에서 사진도 찍는 등 우리부부 나름대로 기쁨을 만끽했다. 울산에서 종찬이가 내려와 저녁으로 감성돔과 함께 두꺼비로 부산의 맛을 느꼈다. 멀리서 왔다고 내려오는 종찬이란 친구를 생각하며 이런 벗이 있고 마음씨 고운 처가 있고 안주 좋은 소주가 있고 친절한 기사가 있고 이대호가 있는 부산이 있어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튿날 10시 반 정확하게 기사는 대기하고 있다. 태종대에 가서 배를 타야 하는데 처가 싫다고 해서 바로 해양박물관에 갔다.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 크르즈 배부터 민어, 백상어, 산호초 등 해양에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사는 휠체어를 밀어 주고 오뎅을 사 주시는 등 친절을 베푸셨고 우리는 제첩국을 대접했다. 이어 용두산에 올라 120m 정상에 올라 부산을 한 눈으로 불수 있어 가슴이 활짝 펴점을 알 수 있었다, 태화루예술단의 공연을 뒤로 한 채 자갈치시장을 들러 부산역으로 돌아왔다
처는 내년에 다시 오자며 연실 환호성을 지른다. 약속한 돈에 웃돈을 주고 처는 담배 세갑을 드린다. 처 역시 감탄한 듯하다. 뭔지 모르게 호감이 가는 부산 내년 봄에 퇴원하면 다시 한 번 더 찾으리라 다짐을 한다. 피곤해하는 처는 그래도 신이 안는 모양이다 처가에 들러 저녁을 먹고 집에 오니 밤 9시가 넘었다. 1빅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긴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소중한 자산이다.
'해운의 일기 그리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연 (0) | 2014.04.02 |
---|---|
11인의 나이팅게일 (0) | 2014.03.31 |
가난한 환자들( TV 동영상을 보며) (0) | 2013.10.25 |
당신은 정말 천사야 (0) | 2013.10.21 |
암? 그까짓꺼 아무것도 아니야 (0) | 2013.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