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충실한 사냥개는 삶겨 진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만 지나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것을 비유한 말
한(漢)나라의 유방(劉邦)이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를 무찌르고 천하를 얻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한신(韓信)이었다. 그래서 유방은 한신을 창업공신으로 높이 대우하고, 자신이 한나라 고조(高祖)가 되는 대신 한신을 초왕(楚王)으로 삼았다.
한신 밑에는 옛날 항우의 부하였던 종리매(鐘離昧)라고 하는 용맹스러운 장수가 있었다. 지난날 유방은 항우와의 대전에서 종리매 때문에 여러 번 고전한 적이 있었으므로, 한신에게 몇 번이나 그를 죽이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한신은 그 명을 어기고 오히려 그를 숨겨 두었다. 그러던 차에 한신이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자, 유방은 당장 군사를 모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신은 누군가가 지기를 모함하고 있음을 깨닫고 직접 유방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방을 만나러 갔다가 붙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이고 있는데, 한 부하가 은밀히 권 하였다.
"종리매의 목을 베어 가지고 가면 의심이 풀릴 것입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친구를 배신하라는 이야기였다. 한신은 고민을 하다가 종리매에게 사정을 털어 놓았다.
그러자 종리매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큰 소리로 한신을 꾸짖었다. "한왕이 초나라를 치지 않는 것은 내가 자네 밑에 있기 때문일세. 내 목으로 한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래도 자네가 내 목을 가지고 가야겠다면 당장이라도 죽어 주지. 하지만 내가 죽으면 자네 여ㅕㄱ시 살아남기 힘들 걸세."
한신은 종리매의 목을 가지고 유방을 만나러 갔다. 그러나 종리매의 말대로 유방은 한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반역자라고 꾸짖으며 잡아 묶었다.
한신은 분개하여 이를 갈며 소리쳤다. "교활한 토끼가 죽고 나면 충실한 사냥개가 삶기고, 높이 나는 새를 다 잡고 나면 좋은 화살은 활집에 들어가고, 적국을 쳐 부수수고 나면 모신(謨臣)은 버린다고 하더니, 천하가 평정되어 두려운 적이 없어지니 이번에는 온 힘을 다해 한나라를 섬긴 내가 유벙의 손에 죽는구나!"
[출전]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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