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하자' 83년 정월 초하룻날 세운 인생의 지침서의 제목이다. 매스컴에도 소개가 되어 책을세권 선물 받았었다. 아홉 구절로 만든 지침서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있는데 몸은 벌써 반백년을 지나고 있어 하나 둘 병이 들어가고 있다. 오늘 새벽에도 한쪽 남은 종아리가 쥐가 나서 꼼짝 못하고 한동안 누워 있어야 했다. 혈압약 먹은 지는 벌써 4년이 흘렀다. 손재주와 운동이라고는 해 보지도 않았고 하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무슨 일이건 겁부터 내었다. 특히 운동에 대해선 더욱 심했다. 지구력도, 민첩성도, 순발력도, 평정심도 다 제로였고 기계 다루는 것은 솜방이다. 드라이버나 칼질 한 번 해 보지 않았고, 남의 손을 빌려야 했다. 단지 남을 돕는 것이라면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도왔을 뿐이다. 헌데 작년 봄에 조그만 변화가 일어났다.
평소에 트롯트만 즐겨 들었던 나는 음방 한지 1년 6개월 만에 발라드는 물론 락과 팝송 민요와 동요에 이르기까지 세세히는 알지 못하나 자연히 많이 접하게 되었고, 남이 신청한 곡은 어떤 곡이든 올리게 될 만큼 많은 곡을 갖게 되었다. 비록 멘트가 없어 재미는 없으나 방제 답게 최선을 다하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 왔다.
탁구를 치기 시작한지 어언 한 달이 되어간다. 지금껏 라켓 한 번 잡아 보지 못한 내가 될 리가 만무하다. 화니, 쇼트니, 커트니, 스메싱이니, 드라이버니 그런 것은 모른다. 단지 처음의 기본자세만 이라도 배워야 하는데 워낙 둔한 내가 아무리 코치님이 가르쳐 주어도 따라 하질 못한다. 넘어 오는 공을 라켓에도 맞지 않으니 고문관이 따로 없다. 일주일에 두어 번 나가는데도 매일 가르쳐 주셔도 그것 하나 따라 하지 못하니 내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스럽다.
그래도 코치님은 열과 성을 다하신다. 1년만 배우라 하신다. 틀림없이 나아질거라며 장담을 하신다. 그 용기를 주는 우리네 동호인이나 코치님 관계자 들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최팀장은 한 술 더 뜨신다. 11월부터는 장애인 한 분을 태워 오라면서 자원 봉사 좀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포기하지 않고 나올 것이라는 배려이기도 하다. 그런 것이야 할 수는 있지만 남이 잘 치는 것이 부럽지도 않을 뿐 아니라 탁구는 왜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선배님들은 네 명이 경기도 체육대회에 나가서 모두들 메달을 따왔다. 헌데 그런 틈바구니에서 내가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든다. 오히려 다른 것 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입맛에 맞는 떡이 어디 있을까? 동호회에 나간 이상 부딪혀 보는 것이다.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안 된다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자 지금은 비록 팔 과 어깨 허리 모두 아프지만 언젠가는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하는 일념으로 열심히 갈고 닦아 보자. 백 코치님의 말씀대로 하다보면 자연히 자세가 나올 것이요 공을 넘길 것이요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