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유월

역려과객 2015. 6. 12. 16:03

여기에 한 줌의 흙이 주워진다면

나는 한 그루의 모란을 심겠어요

푸른 초원 위에 무지개빛 그리움과

나래를 펴고 찾아드는 별들의 고향 유월을 기다리며

한 떨기의 꽃송이와

파란 잔디에 누워 이야기 하겠어요

 

 

여기에 한 냥의 葉이 주어진다면

나는 한권의 괴테 시집을 사겠어요

쉬임없이 찾아오는 푸르레한 녹음과

파란 잔디를 걸으며 당신과 둘이

아름다운 동산의 안식처를 꾸미겠어요

 

 

이 몸에 한 쌍의 날개가 주어 진다면

나는 산을 넘고 도시를 지나고 바다를 건너

작은 외딴섬으로 날아겠어요

소음과 검은 때를 저 버리고

호젓한 정원에서 메추리의 노래를 들으며

소박한 바람과 함께 지긋이 눈을 감고

유월을 기다리겠어요

 

그러나

하나의 아픈 기억을 지울 수 없는 꿈이기에

애타게 기다리지는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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