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황당한 이야기

역려과객 2015. 6. 19. 16:02
황당한 이야기
2006.03.31

문득 아생이사가 생각난다 내가 삶으로 남도 살고 내가 죽으므로 남도 같이 죽는다는..

상거래에서 필수불가결한 이야기다 비단 상거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마음이 급했다.  마음만 급했지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갑자기 할 일이 많아졌다 . 이제 한달 오늘이 상망 곧 49제가 다가온다.

진작에 요리라도 배워 두었으면..  늙으신 아버님을 어떻게 모셔야 하나 걱정이 태산같다.

할 일도 많다. 150여년을 지켜온 집을 버리고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이사준비하랴 살림하랴 어머니 49제 준비하랴 농로길 넓히랴  괜시리 마음만 바쁘다.

장애를 입은지 10여년이 지났다. 조금 외롭다는 느낌만 들쁜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지지난주에 동생들 내외들이 다 모였다. 이사가게 되면 결혼을 하든가 파출부를 두던가 해야지

안되겠다고  하니 제수씨들이 제일 좋아한다. 중신을 서겠단다.

 

지난주 월요일에 사촌 제수씨에게 전화가 왔다.  두 여자를 소개하겠노라고.

내 사정이야기 했더니 그래도 보겠다고 한다고 일단 먼저 만나 보라고 한다.

몇살이냐고 물으니 아이 둘이 있는 35살이란다. 나이차이가 너무 나지 않느냐 했더니 그래도 하겠단다.

13살 나이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생각보다 젊고 예뻤다.  5살짜리 계집아이도 예뻤고. 말도 조심스럽게 한다.

자기는 이혼한지 5년되었고 열심히 살았지만 가난에 치가 떤단다.

애들을 잘 키울 수 있겠냐고 묻고 애들을 예뻐해 줄주 있느냐고 묻는다.

애급옥오 아니겠나며 서로가 서로를 위하면 그이상 무엇을 바라겠냐고 하였다

 

종교를 가질 수 있느냐고 묻길래 전제조건이라면 그만 두겠다고 했다.

그녀도 호감이 가는지 이것저것 묻는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심사숙고 하자며

상대방을 위해서 생각해보고 천천히 결정하자고 했다.

 

기분 좋게 먹었고 기분좋게 헤어졌다. 집에와서 덕분에 잘 보냈고

뜻이 이심전심이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튿날 문자가 왔다 자기는 힘들게 살아왔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부모님께 효도 하고 싶다고 그렇게 해 줄 수 있느냐고...

 

낮에 친구 아들 결혼식 저녁에 죽마고우 부부 친목회 갔다가 밤 늦게 돌아왔다.

밤 11시에 전화가 왔다. 자기를 잘 살게 해 줄 수 있냐고 하면서 효도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냐고 한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조건도 좋지만 신뢰가 먼저 아니갰느냐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노력하면  모든 것을 이겨 낼 수 있다고 하면서 그 밑바탕엔 신뢰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더니 그렇다 하면서도 자기좀 도와달라는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다면서 부모님께 1억을 주면 열심히 살겠단다.

효도는 돈이 있어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아 주는 것이 라면서

마음으로부터 우러 나와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나면서

그것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는것 아니냐고 한참을 이야기 했다.

 

1시간을 넘게 통화를 했다 1억이 뭔지 참 기가 막히다.

그래도 기분 상하지 않게 이야기 하고 끊었다.

정말 기가 차다 이것이 현대판 사랑이란 말인가?

아무리 물질만능이라지만 이런 것이 내게 닥칠 줄이야

설사 돈을 주고 사온다 치자 그것이 과연 행복할까?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 이튿날 여자의 언니라면서 전화가 왔다. 동생을 잘 못 키운 죄를 용서하라면서

사과를 해 왔고 제수씨에게도 죄송하다고 아주버니 뵐 면목이 없다고 전화가 왔다.

괘념치 말라고 했지만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도배하랴 가구사랴 정신 없지만 사흘이 지난 지금도 가슴속엔 공허만이 가득하다.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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