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천사

역려과객 2015. 6. 19. 16:03
천사
2006.03.31

 

 

  어려서 두 가지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새로 나온 달님」이란 희곡이 실려 있었다. 유난히 산수를 잘한 탓에 담임 선생님이 「수학자」 역을 주셨다 . 발음이 정확지 않은 나로서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후로부터 문학가가 되고 싶다는 막역한 꿈을 가졌었다.


  또 하나는 워낙 몸이 약한 탓도 있겠지만 혀에 침을 놓아 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고마워 나도 이 다음에 커서 의사가 되겠다는 꿈도 가져 보았다. 모두 5학년 때로 기억된다. 지금은 꿈에 불과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를 잡는다.


  우리 나라 장애인은 대략 11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등록한 장애인이 약 50만명에 이르고 절반이 넘는 장애인이 등록을 꺼리고 있다. 아직 선진국에 비해 사회적 편견이 심하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외환 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제난으로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특히 장애인 들에게 몰아치는 한파는 정말로 심각하다. 지금은 조금 나아진 듯 하지만 복지 예산 삭감, 취업 난 들먹일 것 없이 피부로 와 닿는다. 이래 저래 장애인은 서럽다.


  일전에 우리 곰두리 차량봉사대와 안산시 정신지체 부모회와 자매결연을 맺어 두 달에 한번 지체 아동들과 함께 경복궁 등 여러 곳을 방문 한 적이 있었다. 아동들은 나이에 맞지 않게 울고 떠들고 자해하고... 정신이 없었다. 서너 시간 운전을 하는데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니 그 부모님들이야 얼마나 힘이 들까?


  수년 전에 전경련이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장애인고용촉진법의 폐지를 정부에 건의한 적이 있었다. 장애인의 반발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의 90%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생긴다. 이는 누구나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장애인을 '남‘이 아니라 '나’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장애인이 된지 꼭 10년이 되었다. 안전관리자라는 직함이 무색할 정도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장애가 벼슬은 아니지만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맡은 바 하는 일에 충실히 하면 사자성어에 '병신육갑'이란 소리는 안 들으리라 생각한다.


  유엔 선언에 이런 말이 있다 『경제불황 등의 상황에서도 장애인은 최 우선으로 고용되어야 하며 최후로 해고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위정자 혹은 지식층에서 새겨 들어 봄 직 하다. 장애인에게 시급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본 생활의 보장이요. 또 하나는 고용기능의 강화이다. 단돈 몇 만원으로 지급되는 수준으로 생색을 내거나 취업알선을 포기 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비록 어렸을 때의 고이 간직한 꿈은 사라졌지만 그런 희망이 있었기에 지금 장애인이 되었어도 살겠다는 의욕 하나로 지탱해 왔다. 이러한 꿈을 간직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러한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우리 클럽방에 천사 한 분이 계시다라고 들었다. 누가 뭐라 해도 자부심을 갖고 일 하시는 그분께 정중히 고개 숙여 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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