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잘도 지나는 것을 날씨에서 찾아보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산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새벽엔 이불자락을 찾게 된다. 처서가 지나고 곧 이어 백로가 찾아 올 것이다. 이제 벌초도 해야 하고 농부네는 더웠던 열기를 식히며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여름내 가장 바쁘게 지낸 듯 하다. 부친의 49재가 끝났고 산소의 봉분을 다시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고통을 느껴야 했고 처는 처대로 허리에 6개의의 고정핀을 박고 퇴원하여 재활 중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주간의 실습이 무사히 끝났다. 무척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있었다.
난 원칙상 실습을 받을 처지가 못 되었는데 자원봉사 덕으로 기관에서 받아 들였고, 실습을 하면서도 여러 장애로 인하여 무척이나 힘들었다. 남에겐 아무 것도 아닌 몇 개의 서류를 가지고 다니느라 겨드랑이가 부어 올랐고, 등엔 땀띠가 나기도 했고, 밤엔 처에게 다녀오고 새벽 세시까지 리포트를 써야 했고 청소며 빨래는 주말을 통해 해결해야 했고 겨우 밥만 해서 먹고 매일 보던 9시 뉴스도 못 보고 지내야 했다.
정에 약한 나는 주관적으로 생각을 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첫 주에 지역아동센터에 갔을 때 아동들에게 측은한 감정이 들어 팀장님께 10만원을 주면서 인사를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기초수급자는 물론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다. 그럴 때마다 후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어려움을 눈에 보고 익히고 경험을 쌓기 위해 실습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회복지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배워 나갔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하며 평가하고 종결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복지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기술과 역할을 배웠고 자원을 연결하고 남을 설득하는 모든 분야를 배워 가면서 너무 힘이 들었다. 사례관리를 통하여 객관적인 생각을 갖고 접수부터 인테이크, 사정, 계획, 실행, 평가, 종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습을 배웠다.
문서 작성하는 것도 결코 싶지가 않아 표를 그리는 것도 만만하지 않고, 일지부터 과제물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를 일으키면서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종결평가 전날 파워포인트 하려고 조카딸까지 데리고 와서 문서를 작성했다. 처음에 마땅치 않게 보던 가족복지 팀장도 시간이 흐를수록 내 성실함과 노력에 지적을 덜 하고 호감을 갖게 되었으며 일주일을 남기고부터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실습은 무리였다. 가령 내가 수퍼바이저라면 나같은 사람을 뽑겠는가? 결코 쉽지 않은 판단이었을 것이다. 딸보다 어린 친구들하고 함께 비록 남의 신세도 많이 졌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종결평가를 통하여 많은 자신감과 함께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를 받아 주신 기관과 기관의 수퍼바이저 그리고 임직원께 감사드린다.
이제 반년 남았다. 두 번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선택했기에 후회는 있을 수 없고 이 실습을 계기로 더 얻고자 하는 것에 목표를 세워 실행에 옮기자.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다음 주면 개강이다. 남은 6개월 최선을 다하자.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향해 손에 힘을 쥐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