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쌀과 김치

역려과객 2014. 5. 20. 15:59

 

쌀과 김치
2008.03.15

 

 


 봄 기운이 완연하다. 연산홍이 예쁘게 핀 것을 보니 계절은 속일 수가 없나 보다. 지금쯤 농촌엔 농사 준비하느라 무척 바쁠 것이다. 두엄은 다 내었고, 초벌을 갈고, 고추 이종을 하고, 감자를 심고... 묵은 해를 벗고 비 오기를 기다려 한참 바빠질 것이다.

 

  지난 주에 현석이 엄마가 김치를 세 통이나 해 오셨다.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여동생도 해 오고 작은 집에서도 가져왔다.  이제 김치는 김장 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뿌듯한 느낌이 든다.

 

 삼년 전만 해도 김치는 김장 때 약 200포기를 해서 겨우내 먹었었다. 김치 뿐만 아니라, 채 장아찌, 깍두기, 알타리, 동치미, 신건지 등 모친은 거의 한 달 내내 김치와 씨름을 하셨었다. 맛도 일품이어서 동네에서도 아무개네 김치 맛있다고 소문이 났었다.

 

  그러던 우리 살림이 내 대에 이어져 남의 손을 빌어야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어디 그뿐이랴  150년간 대대로 이어 온 우리 농토가 부친이 병을 얻고부터는 농사를 못 지어 대부분의 전답을 팔거나 남을 주어야 했다. 전에 막내 제수씨가 쌀을 한 번 사 먹어 보더니 우리 쌀이 맛있다고 하던 기억이 생각난다  우리 쌀이 귀한 줄 알게 된 것이다. 

 

  벼는 인도말 "브리히"가 벼, "니바라"가 나락의 어원이고  쌀은 고대 인도어인 "사리"가 어원으로 퉁구스에서 "시라"로 우리 나라에서  "쌀"로 단축해서 부르게 된 것이다.충청도 이남지방은 "나락", 그 이북지방에서 "벼"고 한다.  조선조 후기 "동이록"에 벼를 "라록"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신라시대 관리들의 급료를 벼로 주었기 때문에 신라의 봉록이라는 말에서 "나록"이 "나락"으로 변천되었다는 일설이 있다.

 

  쌀은 에너지를 거의 내지 않고 만복감을 주는 동시에 음식물의 장내 통과시간을 단축시켜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고,  장내의 콜레스테롤이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혈중 콜레스테롤이 상승됨을 억제하여 동맥경화증과 허혈성 심질환을 예방한다. 또한 식사후의 혈당량이 상승되는 것을 억제하여 인슐린 분비를 절약시키므로 당뇨병의 예방에도 유효하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변의 용적을 증가시키고 음식물의 장내 통과시간을 단축시켜서 변비의 예방에도 유효하다. 우리 나라 식생활에 있어서 당질의 주된 공급원은 쌀이다.

 

  우리 나라의 식량자급률은 현재 40%에도 못 미친다. 1990년대 초반 쌀 자급률은 88∼98% 수준을 기록하였으나 1996년산 이후 생산이 늘어나면서 기상재해를 입은 1998년산을 제외하고는 자급률 100%를 상회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외국 쌀이 들어 오면 수요에 대한 공급률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예로 5년 전에 쌀 한 가마에 19만원씩에 팔았는데 지금은 15만원도 안가니 누가 농사를 지으려 하겠는가?


  대대로 이어 온 전답을 정리해야 하는 비참함에 조상들을 뵐 낯이 없지만 그래도 돌아 가실 줄만 알았던 부친이 건강을 회복하신 것에 만족을 느껴야 했다. 이제는 식사도 잘 하시고 약의 강도도 높이고 운동도 조금씩 하신다. 하늘이 나를 져 버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내 가슴을 쓸어 앉는다.  하지만 그 맛 좋고 영양 좋은 신토불이인 쌀의 향취를 어디에서 구경할 수 있단 말인가? 오늘 당장 쌀을 사야 하는 마음 한 구석에 죄를 진 듯한 답답함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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