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정사를 다녀와서
내가 10여전에 인터넷에서 하루 두 시간씩 음악방송을 했었다, 그 당시 주몽이란 드라마가 활개를 치던 시절이었는데 음악방송 CJ를 하느라 한 번도 보지를 못했다. 당시 라이코스에서 네이트로 옮기면서 한울방이란 방을 만들었다. 소리바다 등 여러 곳에서 5만여 곡을 다운받아 애청자들에게 신청곡이 들어오면 언제든 들려 줄 수 있게 하였다. 자주 들어오던 친구들이 번개팅도 하고 주로 우리집에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친구들이 지금도 가끔 놀러온다. 나는 발음도 정확하지 않고 말을 할 줄 몰라 멘트를 문자로만 보냈다. 말은 못하는 CJ 아이러니하지만 결혼할 때까지 3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는데 멘트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울이여 씨밀레여(來者不拒 去者不追)
이 방은 매일 밤 10시부터 여러분의 신청곡으로 이어지는 한울씨밀레방입니다.
한울의 한은 바른, 진실한, 가득하다는 뜻이고 울은 울타리 우리 터전의 의미이고, 씨밀레란 영원한 친구라는 뜻입니다.
모두 바르고 참되고 가득 찬 울타리에서 우리 모두의 깊고 영원한 우정을 함께 나누기를 기원합니다. 님이 먼 곳을 떠나 온 나그네라면 저는 한 잔의 물이 되고 싶습니다.
라고 했었는데 그 당시 얼굴없는 가수가 많았는데 대표적인 가수가 지금은 유명한 김범수이고 김동아란 가수가 있었는데 나는 유독 김동아란 가수를 좋아했다. 그 가수는 오르지 불교 노래만 불렀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곡이 장부의 꿈과 구인사의 밤, 그리고 와우정사이다. 와우정사는 절의 풍경과 함께 들리는 멜로디는 초연할 수밖에 없다
한울방 그시절이 엄청 많이 그립구나
참새처럼 우리집을 방앗간이라 생각했지
강산이 지나갔는데도 성격들은 그대로네
처제가 구경 가자고 전화가 왔다. 와우정사에 가자는 것이다. 용인에 있는 그 절은 메일이라든지 그림으로 많이 봐 왔기에 낯설지가 않다. 기특한 생각을 했다며 칭찬을 했다. 와우정사라는 노래를 틀어주며 따라 불렀다. 누워 있는 부처상인 와불과 철로 만든 불두로 유명하다. 이 와불은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온 향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누워있는 부처상인 와불은 초연하고
부처님께 삼배하니 마음 또한 평화롭다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도로 합장하네
날도 춥지만 동서네 가족은 큰 일을 치루고 종교를 빌어 망자께 예를 올리고 싶었을 것이고 처 또한 새해를 맞아 가족의 건강을 빌고 싶었을 것이요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와우정사는 비탈이 심하다. 네 명이 내 휠체어를 밀고 당기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누구 하나 불평을 하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마음은 쥐구멍을 찾고 싶지만 어쩌겠는가? 감수해야지 대웅전에 들어가 불상 앞에 삼배를 하고 나니 숙연해진다. 가족에게 미안함도 잊은 채 추위도 아랑곳없이 사진을 찍으니 마음이 한결 개운하다. 춥기도 하거니와 비탈길을 더 다닐 수 없어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보답으로 저녁을 레스토랑에서 먹자고 했다.
비탈진 언덕길을 넷이서 밀당하네
연화산 와우정사 언제나 걸어볼까?
살아서 숨 쉬는 것도 부처님의 뜻이리라
대학교 동창인 현숙이가 전화를 안 받는다. 용인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현숙이는 통화와 문자만 했을 뿐 얼굴을 본 지 오래되어 겸사 보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안 받아 집으로 오는데 수원까지 오니 그때서 전화가 온다. 이미 때는 늦었다. 다음에 다시 오면 가겠노라 하고 인사만 하고 안양으로 와 돼지갈비로 대신을 했다.
하늘의 뜬구름처럼 멀리 보라 가르침에
더불어 사는 세상 보듬으며 도와가며
탐진치 모두 버리고 성불로 대신하리
내일 검사가 있어 술을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하니 모두가 기분 좋게 헤어졌다. 늘 말하지만 가족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다. 가족이 없었다면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여덟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내 삶이 어찌 나 혼자만의 인생인가? 더불어 사는 세상 모두에게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리라 와우정사 가삿말에 노래에 흥을 돋는다.
와우정사
1절
새벽이슬 촉촉한 연화산 숲길을
하얀옷깃 여미면서 거니는 여인
가슴아픈 그사연을 그이와 불태우고
한점의 바람모는 풍경소리에
백팔염주를 백팔염주를
마음으로 헤아리는가
2절..
소녀처럼 다소곳 수줍은 꽃잎위에
부여안지 못한 행복 그리고있나
풀잎처럼 떨리는 갸냘픈 숨결소리
인간사 그한줌에 무상을 알고
와우정사에 와우정사에
속죄하려 문을 여는가
2018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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