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향기수목원
점심을 먹으려고 처가 준비하려는데 진범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요일인데 뭐하냐고 하면서 바람 쐬러 가자는 것이었다. 차가 없는 우리로서는 어디를 나가더라도 남을 의지해야 했다. 지지난달엔 여러 번 놀러 갔었는데 요즈음은 뜸했다. 그런데 진범이가 가자니 얼씨구나 하고 준비했다. 우리를 도와주는 이들이 많다. 김종수씨, 성두경씨 인숙이 등등 그중의 한 명이 진범이다. 한울방에서 장난꾸러기로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지만 늘 긍정적이고 장애인과 더불어 장애인을 많이 돕는 그에게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울방 없어진 지 십년이 지났건만
가족들의 안부들은 여전히 숨을 쉬네
진범아 늘 함께 해줌에 고마움을 표한다.
대부도의 수호할머니댁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해물파전에 바지락칼국수와 영양굴밥 그리고 동동주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술을 끊은 지 한 달 이제는 술 생각이 전혀 없지만 기분을 같이했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어 했던 바다향기수목원으로 직행했다. 매스컴에서 혹은 인터넷에서 혹은 메일에서 바다향기수목원을 많이 접해 보았지만 그곳을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단골이 좋다지만 너무도 자주 오네
막걸리에 해물파전 그 맛을 못 잊네라
주인장 인사 한마디에 다정도 병일레라
처에게 맡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우리는 한 시간을 넘게 돌아다녔다, 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등산로 끝에 상상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어 수목원을 둘러보면서 산책을 겸할 수 있어 좋다. 비록 꽃은 만발하지 않아도, 이른 봄이라 나무들은 잎이 없어도 우리는 그런대로 봄의 정겨움과 색다른 맛과 멋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새로운 식물들의 잎이 움트고 각자 잎이 살아 꽃이 피는 그날을 기다리며 수목원은 그렇게 우거질 것이다.
바다향기 수목원을 이제야 찾았노라
지척에 있으면서 찾아오지 못 했구나
소나무 벚꽃향들이 안길 둣이 반겨주네
때 이른 봄이지만 익지 않은 수목원은
꽃과 나무 잘났다고 뽐을 내며 자랑말고
언젠가 영글어 익은 네 일굴 보여주렴
온갖 식물들은 춥고 어두운 시절을 보냈기에 가꾸고 공을 들였기에 정원이 되고 공원이 되고 수목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진달래도 되고 개나리도 되고 목련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조화를 이루어 우리가 이렇게 와서 구경하고 관찰하고 밝게 웃고 감상을 하고 탄성을 지르는 것이다. 식물둘이 푸를 때 우리의 마음은 평온해진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들이 많아 좋았고 목련꽃이 있어 좋았다. 나무들은 공기를 정화해준다 요새 가장 심한 미세먼지가 이들에 의해서 정화되고 효험이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완전치는 않으나 여기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태워준 진범과 팔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라면 어디든 따라가겠다는 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오는 길에 처가 바지락을 사고 싶다고 해서 오이도에 있는 한 상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조 사장님은 우리 부모님 살아 계실 때부터 단골이었다. 20년 단골은 우리에게 늘 후하게 대접한다. 오이도에 들러 바지락과 젓갈 등을 사고 나니 모든 것리 뿌듯해진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내일이 기대된다.
이십년된 단골이여 전화에서 반겨 맞고
언제나 싱글생글 덤까지 푸짐하네
이렇게 샘솟는 정은 마음까지 춤을 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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