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수목원과 용문사
인숙이는 그의 모습답게 언제나 칼이다. 10시 정각에 와서 우리를 기다린다, 해리와 같이 왔다. 해리는 본명이 세영이다. 앞으로 나도 낯설지만 세영이라 불러야겠다. 그들과 우리 부부는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두물머리수목원에 가기로 했다. 당초에 대호씨가 수요일에 가기로 했는데 승용차 문제로 다음주로 연기했다. 그런데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안 인숙이가 오늘로 앞당겨서 가기로 했다, 어쨌든 세 여자와 함께 기기로 했다. 그들은 내게 있어서 친구요, 동생이요, 누나요 가족이 아닌가? 문제는 휠체어였다. 처는 밤새 파스를 붙이고 끙끙 앓았다. 내가 알면 안 갈까봐 내게는 안 아픈 척 하며 아픔을 감추었다, 그리고 이내 인숙의 수고로 우리는 두물머리에 도착했다.
가고 싶은 두물머리 여행을 떠나노라
행복이 별거든가 웃고 놀면 행복이지
그들의 환한 미소가 세상을 살지우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당뇨에 뇌경색에 강직성척추염에 약은 하루에 수십알을 먹고 관절에 고관절염까지 이젠 무엇이 두려우랴 나를 가장 아끼고 자기 몸보다 더 살피는 처와 이렇게 마음착한 세영이 그리고 우리 가족보다 더 챙기는 인숙이가 있는데 무엇이 걱정하랴? 설사 입원한다 해도 아니 죽음이 찾아온다 해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요 행복한 날 아닌가?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숨을 쉬는 동안 희망이 있는 것이다. 처 말마따나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
운전하는 인숙이와 마음착한 세영이가
기쁨조를 자청하여 우리를 웃게 하네
흐르는 한강물따라 세월을 낚아보리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으로 한자어 그대로 양수리에 위치한 곳으로 세미원과 붙어 있는데 세미원은 입장료가 있는데 반해 두물머리는 없다. 세미원은 연꽃이 피어야 아름답다고 하는데 두물머리는 느티나무와 더불어 각종 나무들이 아름답다, 두물머리에 도착하니 지난주에 미세먼지와 추운 날씨와는 달리 화창한 날씨가 너무 좋아 마치 나를 반겨주는 듯하다. 핫도그 하나에 오천원이란다. 아무리 물가가 비싸기로서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나를 반긴다. 옛날엔 흔하게 듣던 개구리 울음소리 이젠 운치있게 들린다.
화창한 날씨에 양수리의 두물머리
전설은 어디가고 빈 배만 쓸쓸한가?
크나큰 느티나무에서 추억을 새기노라
400년 된 26미터의 느티나무 앞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고 여러 곳을 두루 살피며 관람했다. 비록 잎사귀가 없어 쓸쓸하게 보이지만 거목답게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곳 나루터에서 많은 보부상들이 오고 갔겠지 비록 지금의 나루터는 배 한척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비록 연꽃의 향기는 없지만 수많은 나무들이 잎을 그리고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리겠지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으니 외롭지는 않겠다, 연꽃이 피고 나무가 숲처럼 우거지면 참으로 좋겠다고 생각하며 유유히 흐르는 한강물을 바라보며 우수에 잠겨 보기도 했다. 저 강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 강물이 여기까지 왔을 때 육십을 넘긴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을까?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병 주머니를 달고 사는 나는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기에 나무도 보고 숲도 보고 한강물도 보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내일의 진료가 걱정되지만 처와 동생들이 있어 즐기기로 했다, 세 번이나 읽었던 김주영작의 객주가 생각난다. 한강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뚤려진 느낌이 든다,
저 강물에 근심걱정 모든 것을 털어놓자
우환은 마음의 병 긍정으로 이겨내자
두 손을 힘차게 벌려 정기를 얻어가자
당이 있기에 과일과 야채로 요기를 하고 우리는 양평으로 향했다. 홍천이 고향이 인숙이는 이곳의 지리를 훤히 다 안다. 국도를 택한 것도 경치를 보기 위함이다. 인숙이는 가면서 이곳 저곳을 설명을 해 준다. 정말 고마운 친구다. 세영이와 처의 이야기도 끝이 없다. 양평은 30여년전에 왔을 뿐이다. 헌데도 낯설지 않은 것은 그녀들의 설명이 있고, 경치가 아름다워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마음이 따뜻해서이기 때문이리라.
여자들의 입씨름은 끝도 없고 한도 없네
국도에 펼쳐지는 화려한 경치들은
눈부신 햇살아래서 그윽함을 더해주네
용문사에 가기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쌈밥집에 들러 불고기와 더덕구이 쌈밥을 맛있게 먹었다, 손님도 많고 깨끗하기도 한 쌈밥집은 배가 고파서인지 모두들 잘 먹으니 내가 더 행복하다. 여행의 참 맛이 있는 것도 볼거리 먹을거리가 어우러져야 한다. 점심을 먹고 나니 두시가 넘어 우리는 서둘러 용문사로 향했다.
볼거리 먹을거리 꽃들 또한 구경거리
쌈밥집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는구나
주인장 음식솜씨에 모두들 감탄하네
용문사는 30여년전 다리 다치기 전에 와서 은행나무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포장이 잘 되어있고 놀이시설 등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주차시설도 잘 되어있고 깨끗하다. 문제는 내 휠체어이다. 비탈진 언덕길을 어떻게 밀고 가느냐가 문제였다. 주로 처가 밀고 인숙이와 세영이가 밀기도 하고 또 목발로 걸어서 간신히 올라갔다. 내일 결과가 좋아야 할텐데 하며 처는 못 걷게 한다. 하지만 고비탈길은 남자면 몰라도 세 여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된다. 우여곡절 끝에 은행나무까지 왔다.
밀고 당긴 휠체어에 내 모습이 가련하다
비탈진 언덕길에 힘을 모아 올라가니
세분께 마음으로부터 고마움을 표합니다
천연기념물 30호인 은행나무는 높이가 42m 둘레가 14m로 1100년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란다.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에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설과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고 갔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우리는 경이로운 은행나무를 보며 감탄과 함께 사진찍기에 바빴다.
천백년된 은행나무 우리를 반겨주네
마의태자 설움인가? 의상대사 지팡인가?
전설은 가슴에 묻고 사진촬영에 바쁘구나!
절에 오면 절하는 게 도리요 예의인데
용문사 찾았어도 삼배도 못했네라
가슴에 손을 얹고서 부끄럼을 탓하네
여기까지 와서 대웅전에 삼배를 하지 못함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양평하면 용문사 용문사하면 양평을 떠올리게 하다. 물 맑기로 소문난 양평은 경기도에서 몇 안되는 군소재지로 인심이 후하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산수유축제와 산나물축제도 연다고 한다. 후한 인심에 무사히 내려왔다, 오며 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내려오니 오늘하루 역시 행복한 날이 아닐 수 없다. 목감에 와서 콩나물국밥을 먹고 나니 모두를 가진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지니 오늘의 하루도 만끽으로 수를 놓았다. 운전을 한 인숙이 말동무한 세영이 그리고 언제나 내 수족이 되어준 처에게 감사하다고 표하고 싶다.
하루의 보람들을 날씨가 도와주고
콩나물국밥 한 그릇에 행복을 나누노니
여행의 아름다움을 기쁨으로 승화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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