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일기 그리고 ..

졸업을 앞두고

역려과객 2013. 7. 12. 16:48

졸업을 앞두고

2009.12.03.

 

 

참으로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2년이란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졸업논문을 마친 상태에서 마지막 수업까지 들었다. 이제 학기말고사를 조용히 기다리며 그동안의 있었던 학교생활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내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도 늘 아쉬워했는데 마지막 강의를 듣는 순간에 해소가 되었다. 재활론의 14주차를 들으면서 아 이것이 내가 꿈꾸었던 공부였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산재사고를 당한지 18년이 지났다. 한쪽 다리를 잃어 사회에 적응하기가 보통 쉬운 것이 아니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엔 정말 꿈도 많았다. 2년에 한 개정도의 자격증을 따면서도 늘 아쉬웠고 그래서 주경야독을 하며 일요일에는 농사일을 거들었었다. 50개월의 병원생활을 하면서도 늘 책과 가까이 두고 있었고 9년 만에 학사모를 썼다. 그리고 장애인단체에 들어가 여러 일을 했다. 곰두리 차량 봉사대를 하면서 후원과 봉사를 하며 장애인의 고충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장애인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여러 분류로 나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일반장애인과 산재장애인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일반 장애인들은 의료, 교육, 재활 직업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아 기초수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평등이며 복지며 아무리 불러 보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또한 아전인수로 장애인들 간에 서로 헐뜯기도 하고 이전투구로 다투기도 하지만 따뜻한 온정도 있다. 자식을 위해 엄마가 신장을 떼어 주어 두 분 모두 살아 봉사를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경우도 있었다.

 

  장애인들은 정말 살기가 어렵고 힘들다. 가령 1급 장애인인 후배가 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는데 경사도 문제로 아파트를 포기하는가 하면, 주차난으로도 고생하기도 하고 또한 어느 복지관에서조차 화장실의 세면대에 휠체어가 접근을 못하는 작금의 현실이다. 내가 3급 장애인이 되다보니 장애인이 생각보다 많고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독거노인이 생각보다 많을 뿐 아니라 많은 어려움을 현실로 느낀 결과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도 좋지만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던 중 사회복지학과에 졸업하신 분을 만나 상의한 끝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중간퀴즈 시험을 어찌 하는 줄 몰라 고생을 했었고, 어려울 때는 왜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면서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하였다. 암에 걸리신 부친을 위해 거의 매일 병원으로 출퇴근하기도 하였다. 과제물을 제출하지 못해 남의 것을 베끼다가 교수님께 발각되어 점수를 망친적도 있었고, 부친이 돌아가시기 무섭게 처는 허리수술로 한 달간 입원하게 되었는데 실습을 나가 과제물 때문에 보통 새벽 3~4시까지 타자를 쳐야 하기도 했다. 종결평가를 파워포인트로 하라고 했을 때 그것을 할 줄 몰라 조카딸을 불러 그 전날 만들라고 하여 언어장애임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렇듯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이버대학의 특성상 학우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공부해야 하고, 어쩐 상황으로 전개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공지사항을 통해 알아야 했고, 조교님을 통해서 궁금한 점들을 묻기도 했다. 학우들 간에는 자유게시판을 통해서나 알 수가 있지만 교류가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못 해 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일도 많았다. 50여년 만에 배필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 어떻게 알고 총학생회장님과 또 다른 친구가 찾아 주셨다. 학우를 처음으로 본 셈이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이버대학생은 지금껏 안 받았는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나를 받아 주실 때 그리고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인데도 성실하다고 칭찬받을 때 등 지나간 세월이 스쳐 지나간다.

 

  딜레마에 빠질 때도 물론 있었다. 지역아동센터에 갔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동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복지사님께 대단하시다며 아이들 간식 비에 보테라고 남모르게 10만원을 드렸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준사회복지사로서 자원을 연결하고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봉사와 후원과 실습생 특히 사회복지사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실습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재활론은 내게 각별하다. 몰론 피부에도 와 닿지만 장애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장애인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며 장애인의 상황과 문제점, 방향, 과제, 사회복지사가 해야 할 일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것을 제시해 주었다. 물론 한 과목에 7~8시간을 할애해 타자를 쳐서 매주 강의안을 올리기도 했다. 14주차는 휠체어의 물리적 환경요령, 치료, 교육, 훈련, 재활, 고용 등 전반적인 장애인 복지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주셨다. 또한 소득보장, 의료보장, 교육보장, 복지서비스 등의 청구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강의까지 열심히 듣고 난 지금 마음은 평온해진다. 내가 꿈을 꾸어왔던 사회복지 특히 장애인복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하고 체험하고 알게 되었다. 졸업논문도 장애인 가족의 문제와 욕구에 관해 썼다, 아직 학기말 고사가 남아 있고 졸업은 아직 멀었다. 하지만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았고, 준사회복지사로서 해야 할 임무를 찾은 셈이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취직해서 사회복지사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평소의 소신대로 장애인을 위해서 평생 봉사를 할 것이다. 앞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숨어 묵묵히 장애인의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리라 스스로 다짐을 해 본다. 끝으로 많은 것을 일깨워주시고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해운의 일기 그리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존경하는 분  (0) 2013.07.19
완석점두  (0) 2013.07.15
도고온천  (0) 2013.07.10
고뇌  (0) 2013.07.08
중국여행  (0) 201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