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제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애경사엔 꼭 참석을 했었다. 헌데 나이를 먹으니 자식들 결혼을 하디니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가는 둣 하다.
작년까지는 모두 내가 가장 먼저 연락을 받고 연락을 취했었다. 그리고 꼭 참석하였었다. 한데 받는 입장이다 보니 나사 하나가 풀린 듯 하다. 시원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안 갈 수도 있고.
140여명의 동창중에 작년에만 세명이나 유명을 달리 하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벌써 그렇게 되었나? 병들어 사고로 벌써 많은 친구들이 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 들을 나이가 되었단 말인가?
헌데 나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이루었단 말인가? 건강하기가 한가 아니면 부모님께 효도를 했나? 아니면 가정을 꾸미기를 했나? 그렇다고 재산을 늘리기를 했던가? 도대체 무엇을 남겼으며 무엇을 이루었단 말인가?
일곱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많은 고통을 받고, 이용당하고, 수없이 번민과 고뇌로 살아왔다. 50 평생을 그렇게 살아았다. 아무런 보템도 못되면서. 원없이 병원생활도 해 보고, 공부도 해 보고, 돈도 까먹어 보고, 학교도 다녀 보고, 플라토닉 사랑도 해 보고, 봉사도 해보고, 자격증도 따 보고 원없이 불효를 저질러 보았다. 헌데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다.
어젯밤에 부친께서"너 결혼만 하면 아무 여한이 없다."고 또 그러신다. 그럴 때 마다 쥐구멍 찾고싶어진다. 연초에 결혼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선까지 보고 결혼할 생각도 잠시 가져 보았다.
헌데 10여년만에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천사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처지가 처지이니까 그런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한달을 지켜 본 후에 친구하자며 접근을 했다.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전화를 했다. 장애인인 나를 위로하며 같이 배추장사라도 하자고 하던 그사람. 천리 먼길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이 곳으로 이사를 오겠다던 그사람. 직장을 그만 두고 나서도 이곳에 찾아왔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연락두절이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고 존재라고들 한다. 완석점두라 무디고 무딘 돌도 끄떡인다 했다.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는 내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사람. 스스로 많이 갈등했나 보다. 건강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잘 살면 축하라도 해 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이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가만히 생각하니 좋은 일도 많이 한 듯하다. 공수래공수거인 인생 장기도 기증했고, 동료에게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노력을 했고 후회없이 살아왔다. 헌데 왜 이리 아쉬움이 남을까? 농사만 아시는 부친께 죄송할 뿐이다.
훌륭한 일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다고 했다. 아직도 나는 수양이 부족한가 보다 바다위에 떠도는 구름처럼 넓게 세상을 바라 보아야겠다. 그리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때를 기다리자. 누가 아는 가 정말 내 짚신이 될 인연이 있는지?
친구의 자식 보다도 늦었을지언정 결혼의 꿈을 내년 아니 후년으로 늦출지언정 쉽게 판단하지는 않으리라. 아직 내겐 할 일이 많지 않은가?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시 한번 손에 힘 주고 싶다.